학교서 감쪽같이 사라진 노트북 5대…학생이 중고거래 하다 '덜미'
목포 한 고등학교…구매자 가장한 경찰에 붙잡혀
교사·경찰 공조…"용돈 마련 위해 범행했다"
- 이승현 기자
(목포=뉴스1) 이승현 기자 = "당근마켓 판매자죠? 경찰서로 갑시다."
훔친 노트북을 판매해 용돈을 마련할 생각에 들뜬 고등학생 A군(18). 지난 10일 중고 거래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 청바지 차림의 구매자가 앳된 모습의 A군이 노트북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판매자로 단번에 알아차렸다.
A군이 건넨 노트북을 이리저리 살피며 사진을 찍던 구매자는 곧바로 거래를 할 것처럼 지갑을 꺼내는 등 구매 의사를 표현했다.
거래가 성사됐다는 생각에 A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잠시, 구매자는 현금이 아닌 경찰 신분증을 제시했다.
"이거 훔친 노트북이죠?…경찰서로 갑시다."
노트북 중고 거래 구매자는 다름 아닌 전남 목포경찰서 소속 경찰이었다.
목포 한 고등학교 도서관 등에서 2주 새 교육용 노트북 5대가 사라지자 이를 이상히 여긴 학교 교사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물색했다.
같은 기간 노트북을 연달아 판매한 판매자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직접 구매자가 돼 사건 정황을 확인키로 했다.
이틀 간 판매자에게 실제 구매자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차례 성능과 가격을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내 경찰은 13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80만원까지 흥정한 뒤 A군과 거래 장소와 날짜 등을 정했다.
경찰은 거래 현장에서 노트북 시리얼 번호를 찍어 교사에게 넘겼다. 교사는 잃어버린 노트북과 거래 물품으로 나온 노트북의 시리얼 번호가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곧바로 A군을 데리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 조사결과 A군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자신이 재학 중인 목포 한 고등학교 도서관 등에서 130만원 상당의 노트북 5대를 훔쳤다. 이 가운데 노트북 3대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용돈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A군을 상습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나머지 노트북 2대를 압수했다.
이준영 목포경찰서장은 "인터넷 물품사기 범죄는 대표적인 서민경제 침해범죄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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