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호남 '물폭탄'…여객기 결항, 지하철·도로 침수 등 피해 속출(종합)

5일 하루 고흥 201.5㎜, 진주 190.7㎜…6일까지 최대 200㎜ 비 예상
부산 하상도로 통제, 전남 175㏊ 논 잠겨…제한급수 해제 희소식도

제주도 전역에 강풍과 호우특보가 내려진 5일 오전 제주시 도심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2023.5.5/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전국=뉴스1) 이승현 고동명 조아서 유승훈 기자 = 어린이날이자 연휴 첫날인 5일 제주와 영·호남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최대 500㎜의 물폭탄이 쏟아지는 등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곳곳에서 침수와 가로수 전도, 항공기·여객선 운항이 통제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연휴 이튿날인 6일까지도 최대 20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하루 만에 제주 삼각봉 501.5㎜…사흘간 누적 956.0㎜

일본 내륙에 머물고 있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통해 남서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비구름대는 연휴 첫날인 5일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요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501.5㎜, 제주 사제비 409.5㎜, 서귀포 진달래밭 386.0㎜, 전남 고흥 나로도 201.5㎜, 전남 광양 백운산 193.5㎜, 경남 진주 190.7㎜, 경남 남해 184.7㎜, 경남 하동 금남 181.0㎜, 전남 구례 피아골 171.0㎜, 경남 산청 지리산 160.5㎜, 전북 고창 심원 121.0㎜, 전북 임실 강진면 110.5㎜, 광주 무등산 108.0㎜ 등을 기록 중이다.

경남 진주와 전남 고흥, 제주도 산지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전북과 전남, 경남 곳곳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남부지방 곳곳에는 강풍주의보와 풍랑주의보도 내려졌다.

연휴 시작 이틀 전인 3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의 양을 합하면 제주에서는 사흘간 1000㎜ 비가 내린 셈이다.

지난 3일부터 5일 오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956.0㎜, 서귀포 진달래밭 785.0㎜, 제주 사제비 711.5㎜, 전남 해남 북일 327.5㎜, 전남 장흥 관산 326.0㎜, 전남 고흥 나로도 307.0㎜, 전남 완도 보길도 282.0㎜, 경남 하동 금남 208.0㎜, 경남 진주 202.4㎜, 광주 광산 149.5㎜, 전북 부안 108.3㎜에 달한다.

기상청은 연휴 이튿날인 6일 늦은 오후까지 경남권과 전남권 50~100㎜, 제주도 산지, 지리산 부근 등에 200㎜ 이상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했다.

5일 오후 광주 지하철 1호선 공항역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제공) 2023.5.5/뉴스1

◇지하철 역 잠기고 농작물 쓰러져…비행기 200편 결항도

지역 곳곳에 수백㎜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침수 등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광주시에서는 오후 4시30분 기준 광산구에 시간당 39㎜의 폭우가 내리면서 지하철 1호선 공항역의 대합실이 침수, 1시간10여분간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오후 4시10분쯤에는 광산구 신가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유출돼 일대가 흙탕물로 뒤덮였다.

전남 여객선 45개 항로 61척이 멈춰섰고, 고흥과 강진, 보성에서는 175㏊에 이르는 조생종 벼가 침수됐다. 보성, 강진, 장흥, 고흥의 밀과 보리 경작지 525㏊에서는 비바람에 작물이 쓰러졌다.

제주에서는 이틀째 200여편의 항공기가 뜨지 못하면서 체류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돌아가지 못한 수학여행단은 33개교 6000여명에 달했다.

부산에서는 강한 바람에 도로변 나무가 쓰러지고 건물 외벽이 떨어지며 낙하물 신고가 잇따랐다. 오후 1시22분쯤 북구 구포동 한 건물의 외벽이 파손돼 벽면 일부가 떨어졌고, 해당 구간이 한동안 통제됐다. 비가 쏟아지며 동래구의 연안교, 세병교 하상도로는 오전부터 통제됐다.

국립공원의 입산도 막혔다. 지리산 경남·전남, 내장산·백암, 무등산 동부, 다도해 해상의 입산은 전면통제 됐다.

비가 내리는 5일 오후 전남 완도군 노화읍 등에 식수를 제공하는 보길면의 부황제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완도군 제공) 2023.5.5/뉴스1

◇물폭탄,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 해제 '단비' 효과

피해가 속출했지만 극심한 가뭄을 겪어온 전남 지역에서는 이번 비로 제한급수가 해제되는 등 고마운 '단비'로 기록됐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 1년간 시행해 온 제한급수를 오는 8일부터 해제키로 했다. 지난해 평년 대비 53%에 불과한 강수량으로 바닥을 보였던 일부 상수원의 저수율이 폭우로 100%에 도달하면서다.

실제 이번 비로 넙도제 2.4%, 용항제 5.4%, 척치제 11.46%, 부황제 29%에 불과했던 저수율이 이날 오후 각각 6%, 14.7%, 25%, 100%까지 치솟았다.

군은 비로 인해 저수율이 상승한 만큼 장마 시작 전까지 급수가 가능한다고 판단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