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폭설…역대 10번째 많은 눈폭탄에 광주·전남 도심 멈췄다(종합)

교통사고 110여건 속출…출근길 교통대란도
'등교 연기 학교장 재량' 학부모 혼선도

23일 오전 광주·전남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순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2022.12.2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최성국 김동수 정다움 이수민 기자 = 대설특보가 발효된 광주·전남 지역에 26.5㎝의 눈폭탄이 내리면서 23일 눈 관련 사건,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하루동안 내린 눈의 양만 19.3㎝로 관측 이래 10번째로 많았고, 다음날까지 최대 20㎝ 눈이 더 내릴 전망이다.

이번 눈으로 도심 지역에서는 '출근길 교통 대란'이 빚어졌고, 등교 안내 문자를 뒤늦게 받은 학부모의 불편이 뒤따랐다.

◇ '미끄러지고 전도되고' 빙판길 교통사고 110여건

광주·전남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6시부터 현재까지 광주와 전남 소방본부에는 111여건(광주 49건·전남 65건)의 폭설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8시51분쯤 전남 장흥군 남해고속도로 장흥톨게이트(강진 방면) 인근에서는 액화산소가스를 실은 25톤 탱크로리가 전도됐다.

이 사고로 50대 운전자가 허리에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소방·행정당국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3시57분쯤에도 전남 고창-담양 고속도로(장성에서 광주 방향)에서는 25톤 화물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전복됐고, 보성과 영광에서도 낙상,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전날에도 눈길로 인한 사건,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다.

지난 22일 오후 4시41분쯤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 40대 여성이 몰던 모닝이 윗방저수지로 추락했다.

소방당국은 운전자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차선 변경 중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같은날 오전 11시18분쯤 전남 해남 구시터널에서 주행 중이던 SUV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전도됐다.

60대 운전자 A씨와 동승자 등 2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사고 수습으로 일대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강진과 함평에서도 차량 대 차량 교통사고와 차량 대 오토바이 추돌사고가 벌어져 운전자들이 각각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설경보가 발령되는 등 많은 눈이 내린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대형 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2022.12.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 하루동안 '19.3㎝'…역대 10번째 많은 눈 "기록 갱신 전망"

폭설이 이어지면서 광주지역 '최심적설량' 기록이 새롭게 작성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광주지역 최심적설량은 19.3㎝를 기록 중이다. 최심적설량은 하루동안(0시~자정)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 측정한 양으로 기상청이 최심 적설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1940년 이래로 10번째 큰 수치다.

광주 역대 최심적설량은 지난 2005년 12월22일 40.5㎝를 최고로 2005년 12월23일 39.6㎝, 2007년 12월30일 37.1㎝, 2005년 12월21일 35.2㎝, 1983년 11월17일 23.2㎝, 2007년 12월30일 21.3㎝, 1980년 12월4일 20.5㎝, 1980년 12월23일 20.2㎝, 2007년 12월31일 19.6㎝ 순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음날인 24일 오전까지 최대 20㎝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역대 최심적설량이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눈이 내리고 있고, 눈이 계속해서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 최심 적설량이 경신될 것으로 추정 중"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대설특보가 발효된 광주·전남 지역에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시민들이 방한장비로 중무장한 채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2022.12.2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 폭설로 '멈춘 도심'…"출근 위해 서두른 직장인들"

전날 내린 눈이 녹았다가 얼면서 출근길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광주 도심을 거쳐 일터로 가는 직장인들은 지각하지 않기 위해 2시간 일찍 출근길에 올랐다.

일부 직장인들은 차량을 타고 나섰지만 쌓여있는 눈으로 차량 바퀴가 헛돌거나 브레이크가 밟히지 않는 상황도 목격됐다.

전남에서는 대중교통을 통해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주를 이뤘다.

이른 오전부터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버스정류장으로 모여들었고, 한편에 마련된 택시 승장에도 인파가 몰렸다.

일부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자 발걸음을 재촉했고, 이 과정에서 '휘청'하며 넘어질뻔한 상황이 연출됐다.

광주에서 밤 사이 20㎝가 넘는 눈이 내린 23일 광주 일선 학교가 오전 8시 20분에 등교 시간을 연기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학생들이 이미 학교로 출발한 이후의 문자 통지에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 학교는 다시 등교 시간을 원래대로 정상화했다.2022.12.23./뉴스1

◇ '등교 한다고 안한다고?' 늑장대응에 학부모 불만

이날 광주에서는 유치원 3곳, 초등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휴업했다.

유치원 31곳, 초등학교 57곳, 중학교 45곳, 고등학교 27곳 등 160곳은 등하교시간을 1시간 이상 늦췄고, 유치원 5곳, 초등학교 8곳, 중학교 18곳, 고등학교 13곳, 특수학교 3곳 등 47곳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총 610개 학교 중 213개 학교(34.9%)가 이날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리던 전날까지도 등교시간 연기 등 학사일정 조정을 결정하지 못하고 뒤늦게 결정한 학교가 많아 학부모들이 불편을 겪었다.

실제로 광주 한 학교는 이미 20㎝ 이상 눈이 내린 오늘 오전 8시20분이 돼서야 등교시간을 10시로 조정한다는 문자를 학부모와 학생들에 보냈다.

이미 학생들은 학교로 출발한 뒤였고,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결국 다시 등교 시간을 원래대로 조정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한 학부모는 "폭설 속에서도 학교에서 아무런 대응이 없길래 학교로 출발한 뒤에야 문자가 와 황당했다"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던 전날 밤 늦게라도 결정해서 통지해 줬더라면 학생들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ddaum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