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통해 유명 '영암군 민속씨름단' 존폐 기로…공론화 착수
김기태 감독·장성우 장사 등 스타군단…군 홍보 vs 혈세 낭비
출범 초기 여론수렴 생략 비판…민선 8기 원점 재검토
- 박진규 기자
(영암=뉴스1) 박진규 기자 = '군정 홍보 첨병'과 '혈세 낭비'로 의견이 분분한 전남 영암군 민속씨름단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3년 전 조례 개정을 통해 씨름단 설치 유효기간 규정을 삭제한 영암군은 민선 8기 들어 다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씨름단 운영의 지속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6일 군에 따르면 영암군은 지난 2016년 12월15일 조례 제정을 통해 광주·전남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민속씨름단을 출범시켰다.
창단 후 각종 민속씨름대회에서 장사 49회 등극, 단체전 7회 우승, 전국체육대회 금메달 4개 등 총 60회나 우승할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씨름단 김기태 감독은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윤정수 코치는 유튜브 제작에 참여하며 더욱 유명해졌고 장성우, 오창록, 허선행, 최정만 등 스타급 선수들이 포진돼 있다.
하지만 씨름단 운영으로 소요되는 연간 20여억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는 열악한 군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7대 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씨름단 창단 당시 군의회와 집행부는 연간 군 부담금을 10억원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국·도비를 적극 유치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이 같은 합의를 반영한 듯 창단 첫 해인 2017년에는 총 운영비 17억2600만원 가운데 국비 4억원과 도비 3억원을 지원받고 군비는 10억2600만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국비 지원은 점차 줄다가 2020년부터는 끊기면서 전액 군비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씨름단 운영비로 100억원이 넘는 군비가 투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씨름단에 지급되는 출장비와 합숙비 등의 집행 증빙자료를 군이 보고받지 않고 있어 예산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매번 씨름대회가 열릴 때마다 읍·면 단위로 인원을 동원에 원정 응원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와 씨름단 운영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씨름단 운영 조례에는 2019년 말로 운영기간이 규정돼 있어, 운영 종료를 앞두고 찬반 논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논쟁 끝에 영암군의회는 2019년 9월 조례개정을 통해 '2019년 12월31일까지'로 정한 민속씨름단 설치 유효기간 규정을 아예 삭제해 향후 기간 연장 필요없이 씨름단을 계속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조례 개정 배경에는 당시 전동평 영암군수의 씨름단에 대한 애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 7월 새롭게 취임한 우승희 군수는 지역내 계속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씨름단 운영에 대해 더 이상의 분란을 중지시키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했다.
군 관계자는 "영암군 씨름단의 각종 대회 출전으로 방송 등 각종 언론에 노출되면서 지역 농특산물 홍보 효과도 있고, 선수들의 활약으로 인한 영암군의 인지도와 관광객 유입 효과도 상당하다"며 "하지만 처음 씨름단을 창단할 때 주민들과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점이 계속 걸림돌로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군은 현재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 공론화 추진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행할 민간전문수행기관 선정을 마쳤다.
이후 11월 첫째주 까지 법률, 조사통계, 소통, 갈등관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표본조사와 함께 지역, 연령, 성별 등을 안배해 30명 안팎의 군민참여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군민참여단은 공론화위원회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종합토론을 거쳐 존속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공론화위원회는 다시 용역을 실시해 권고안을 확정한다. 권고안에 대한 최종 수용 여부는 우승희 영암군수가 내릴 계획이다.
우 군수는 "이번 공론화 과정은 씨름단 운영에 대한 어떤 한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수단이 아니다"며 "창단 초반 여론수렴 과정이 생략된 씨름단에 대해 주민들과 논의를 갖고 그 결과에 모두가 수긍하기 위한 숙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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