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피난민들' 광주 고려인마을서 웃음 되찾았다

광산구 고려인마을 조성 기념 10주년 행사 다채
'피난민 760명에 항공권 지원 노력' 박빅토리아씨 등 유공자 선정

16일 광주고려인마을에서 열린 '제10회 고려인 주민 한마당 행사'에서 고려인 아이들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2022.10.16/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피해 광주로 건너온 피난민 700여명이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3년 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16일 광산구 홍범도공원에서 '제10회 고려인의 날' 행사를 열고 전쟁의 두려움에 떨었던 피난민들과 모국을 찾은 고려인을 위로했다.

고려인의 날은 1937년 강제이주가 시작된 10월 셋째주 일요일을 기념하는 날로, 낯선 조상의 땅을 살아가는 서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처음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3년 만에 대규모 대면 행사로 열렸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을 비롯해 500여명의 고려인이 참석했다.

어린이합창단과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 노년 세대로 구성한 '아리랑 가무단', 고려인 출신 유명가수와 청소년문화센터 공연 등 다채로운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월곡 고려인 문화관이 진행하고 있는 고려극장 90주년 특별전과 고려인 유명작곡가 한야꿉 선생의 기획전도 마련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16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홍범도공원에서 열린 '제10회 고려인마을 주민 한마당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피난민에 대한 항공권 지원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 받은 박빅토리아 씨 등을 유공자로 선정해 표창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2.10.16/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광산구는 고려인 등의 성공적 지역안착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해 이날 이곳 주민인 박실바, 박빅토리아 씨에게 유공상을 수여했다.

박실바 씨는 지난 2019년 광주고려인마을에 정착한 뒤 한국어와 우즈벡어, 러시아어 등을 적극 활용, 거주 동포들의 문제 해결에 공헌해 왔다.

박빅토리아 씨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동포들이 폴란드와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난민센터에서 도움을 요청하자 고려인마을과 협조, 760여명에게 항공권을 보내 국내 입국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랜드재단과 적십자 광주전남지사 등 지역사회는 고려인들과 피난민들의 성공적인 광주 정착을 위해 이날 의류 7000벌, 곰탕 500인분 등을 후원했다.

미국남침례교단 선교부는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고려인동포 정착금 지원을 위해 4000만원을 고려인마을에 기부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올해는 역사마을 1번지인 고려인마을의 전국화를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며 "지역사회와 손잡고 관광객이 넘치는 광주의 새로운 명소를 가꿔 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광산구는 85년 전 강제이주로 황무지에 버려졌던 고려인들이 고통의 첫발을 딛은 카자흐스탄 카라탈군을 방문해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 고려인의 눈물과 땀이 어린 바슈토베 언덕 등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등 많은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인 동포들은 러시아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동포들을 안전하게 피신시키는 등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간 차원으로 전쟁 난민을 구조한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었다"며 "고려인마을은 공동체의 온기를 높이고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