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모두가 경쟁자인 서울 떠나 제2고향서 꿈 이뤄"…연 5억 매출

농산물 판매 창업 2년만에 5억 매출 강현구씨
서울서 나고 자랐으나 부친 고향 신안서 제2인생

2년전 신안으로 내려와 농산물 판매점과 인터넷쇼핑몰을 운영중인 강현구 사장.2022.10.14/뉴스1 ⓒ News1

(신안=뉴스1) 박진규 기자 = "도시에서는 주변이 다 경쟁자였지만 이곳에서는 쫓기는 것도 없고 마음이 편합니다. 정말 잘 내려왔다고 생각합니다."

전남 신안군의 천사대교를 지나 퍼플섬으로 유명한 반월·박지도를 가다 보면 안좌도의 한 도로변에 '시골남'이라고 영문으로 적힌 농산물 판매점이 눈에 들어온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가득한 이곳의 사장인 강현구씨(42)는 2년 전 귀농한 청년 창업가다.

신안군 팔금도가 고향인 강씨의 부친은 서울에서 의류사업을 하다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지난 2018년 낙향했다. 강씨 또한 아버지를 따라 2년 뒤인 2020년 신안으로 내려왔다.

강씨는 "나이 마흔이 되자 회사에서는 부서장도 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나 '내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실감을 했다"며 "나중에 내쳐지기 전에 새로운 일을 하자는 심정으로 부모님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을 뿐 아니라 학교도 서울에서 나오고 15년 가까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시골에서 젊은 사람들이 할 일 없겠냐'는 심정으로 최저시급이라도 받으며 살자고 다짐하며 짐을 쌌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가족들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점도 쉽사리 결정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봤지만 모두 탈락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 주유원 자리도 받아주지 않았다.

전에 다니던 직장과 급여 차이가 많이 난다며 거절당했다. 알고 보니 지역농협의 이사 급여가 자신이 서울에서 받던 금액보다 낮았다.

차로 1시간 거리의 영암지역 조선소에서 잡일을 하며 2개월을 버텼으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강씨는 "나름 서울에서는 인정받고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내려오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소회했다.

강현구 사장이 신안 안좌도의 농산물 매장에서 참기름을 내기 위해 깨를 볶고 있다.2022.10.14/뉴스1

결국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밭농사를 거들며 마늘농사 짓다가 어느날 계산해 보니 반년 동안 마늘밭 1000㎡에서 벌 수 있는 돈이 고작 1000만원이 되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은 농민들이 현지에서 농협에 납품하는 가격의 3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직접 쇼핑몰을 만들어 판매해 보자고 마음먹고 아버지가 재배한 마늘과 참깨를 2020년 6월 처음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이후 놀랍게도 며칠만에 50여만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기쁜 마음으로 '받는 사람 입장에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드리자'는 생각으로 상품을 하나하나 정성껏 배송하다 보니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참깨의 경우 시중에 중국산 혼합제품이 많은 탓에 '직접 재배해 믿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판매는 활기를 띠었다.

또한 고객들이 "깨를 직접 짜서 판매해 주면 좋겠다"는 제안으로 올해 2월에는 방앗간을 만들어 참기름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비록 참기름은 국산 참기름이 비싼데다 한번 구입한 제품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생참깨는 꾸준한 판매를 보였다. 대량 납품하는 고정 거래업체가 5군데가 되면서 연매출 5억원에 이를 정도로 수입은 안정적이 됐다.

강씨는 "다른 사람의 농작물은 제가 장담할 수 없기에 저의 가족이 농사짓는 것 외에는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올해 농사를 잘 짓지 못해 작물이 안 좋으면 미리 말하고 싸게 팔면 된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밝혔다.

강현구 사장이 신안 안좌도의 농산물 매장에서 판매중인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2022.10.14/뉴스1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이에 시골로 내려온 선택에 후회가 없는지 물었다.

잠시의 망설임없이 "잘 내려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곳에서 학교를 나오지 않아 친구가 없어 친하게 어울릴 사람이 없다"며 "사실 외롭다기 보다는 심심하다"고 털어났다.

그는 "가끔 바쁠때도 있지만 마음은 여유롭다"면서 "영화를 보고 싶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으면 인근 목포로 나가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대외활동도 열심이다. 각종 박람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여러 행사에서 귀농귀촌 사례 발표도 도맡아 한다. 신안농업기술센터에서는 스마트 스토어 개설 과목의 강의도 하고 있다. 또한 전국 단체인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강소농)의 지역 대표로 활동중이다.

그는 향후 목표로 자신이 만든 브랜드인 '시골남'이 신안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는 포부다.

귀농을 고민하는 이들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다.

강씨는 "마냥 시골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면 대다수 빚지고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고향이나 나름 의지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해 무엇을 할지 잘 고민하고 준비해서 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04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