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공약을 왜 지자체 전가"…전남 시장군수들 반발 배경은
김대중 교육감 월 20만원 학생수당, 도내 6곳 제외
중·고교생 교육수당 50% 지자체 부담요청에 "불쾌"
- 박진규 기자
(무안=뉴스1) 박진규 기자 = 전라남도교육청이 내년부터 학생교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도의회와 일선 지자체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 실현될지 주목된다.
6일 전남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전남도와 일선 시·군에 보낸 공문을 통해 내년부터 인구감소지역 16개 군의 전체 초등학생에게 1인당 월 20만원의 학생교육수당 지급할 계획임을 알렸다.
또한 인구감소지역 중 지자체가 50대50의 비율로 대응투자가 가능한 지역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도 학생교육수당 지급을 위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도내 22개 시군 중 인구감소지역에서 제외되는 곳은 목포시와 나주시,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무안군 등 6곳이다.
도교육청은 이번 공문에서 지자체의 의견 회신을 오는 7일까지 공문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당장 내년 5월 추경에 예산을 반영해 7월쯤 3월분부터 소급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지급대상 지역의 2023학년도 초등학생 수는 모두 2만3703명으로 예상되며 예산은 530억원에 이른다.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도내 모든 학생에게 1인당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학생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7월 당선 후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도 "무한책임 교육 실현을 위해 2023년 인구소멸 고위험지역 초등학생부터 전남교육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알렸다.
김 교육감이 밝힌 학생기본소득이 학생교육수당으로 명칭이 바뀌어 선거 당시 전체 학생에게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우선은 내년부터 인구감소지역 초등학생부터 지급하겠다는 계획으로 다소 변경됐다.
학생교육수당 지급에 대한 의견을 요청받은 전남시장군수협의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일단 전남교육청의 학생교육수당 지급에 대한 개별 대응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향후 공동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초등학생의 경우 교육청에서 전액 지급한다지만, 중·고교생은 50대50 매칭을 요구한 점이 부담이다.
지자체마다 재정여건이 상이한 상태에서 일부에서만 선뜻 중고생 지급을 동의할 경우 타 지역 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학생교육수당 지급 주체를 전라남도교육청으로 하고, 지급경로를 교육지원청이나 학교를 경유해 지급토록 하는 점도 껄끄럽다.
지자체가 예산을 부담하고도 교육청이 생색내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기초단체장은 "각 시군에서 교육청 사업을 위해 대응투자하는 예산이 연간 몇십억원씩 된다. 이 외에도 교육 관련 시장·군수 자체 공약이 따로 있다"면서 "그런데도 교육청에서 교육감 공약을 실행하겠다고 자치단체에 돈을 대라고 하는 꼴"이라고 불쾌해 했다.
이어 "더구나 열악한 지자체 여건상 중고생들의 교육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수십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구감소지역에 해당되지 않은 6개 시·군 초등학생이 교육수당 지급에서 빠진 것도 논란이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교육수당 지급대상이 인구감소지역 16개 자치단체 초등학생 수는 2만3703명인 반면, 제외된 6개 시군의 초등학생 수는 6만5177명에 이른다.
전남도의회 한 예결위원은 "김대중 교육감이 당초 공약에서는 전남 전체 학생에 월 20만원의 교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하고선, 이제 와 인구소멸위험지역만 지급하겠다고 하는 건 말바꾸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당시 재난지원금 지급이 지자체별로 상이한 것을 두고 주민들이 반발했는데, 교육수당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상대적 차별이나 원성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성토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주 열린 전남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 간담회에서는 도교육청의 교육수당 지급 계획이 호되게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시장군수협의회장인 박우량 신안군수는 "전남도교육감이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면서 지자체에 부담을 전가하다보니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중고생 지급에 대한 부담 비율을 달리하자는 등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오는 17일 열리는 협의회에서 의견을 조율해 보겠다"고 말했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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