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장담마을 집단희생 사건' 희생자 유족 일부 승소

"소멸시효 항변 인정 안돼"…국가 배상 8800만원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희생자에 대한 추모묵념을 하고 있다. 2021.6.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여수·순천 10·19사건으로 무고하게 학살 당한 민간인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최인규)는 '고흥 장담마을 전봇대 절단 사건' 희생자의 아들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는 여순사건 피해자인 A씨에게 88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여순사건이 발생한 이후 육군은 1948년 10월27일 여수를 탈환, 육군과 경찰은 같은해 10월 말부터 1949년 7월까지 반란군 등을 찾아 사살했다.

1949년 5월 3일쯤에는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하송마을과 남양면 노송리 경계지점에서 전신주 10여개가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들은 범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마을 사람들을 끌고 가 고문하다가 A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8명을 저수지, 야산 등으로 끌고가 총살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9년 11월 10일 A씨의 아버지 등을 남양면 장담마을 집단희생 사건 희생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직권으로 내렸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A씨는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A씨의 아버지가 혼인신고, A씨에 대한 출생 신고를 하기 전 사망했다는 점을 들어 청구가 기각됐으나, 2심에서는 가족 관계를 인정 받은 가운데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를 둔 공방이 이어졌다.

정부는 민법상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시효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버지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직권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소 제기일 직전에 이르러 알게 됐다는 것의 개연성이 충분한 점 등을 들어 정부의 소멸 시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6·25 전쟁을 전후한 희생사건에 관해 희생자 유족 등이 그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 3년 이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란 신뢰를 부여한 시점은 이 사건 소제기일 직전 무렵으로 봐야 한다"며 "새삼 국가가 이 사건에서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