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평생 뒷바라지한 엄마인데…잔소리 좀 했다고

40대 아들 흉기 휘둘러 살해…母 금품 챙겨 도주한 뒤 술집
"유일하게 지지해준 분" 뒤늦은 후회…1심서 징역 20년 선고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전남 광양에서 모친과 함께 살고 있던 A씨(45)는 뚜렷한 직업이 없었다. 과거 교통사고를 당해 사고 휴유증과 허리 통증으로 장기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때마다 그의 곁에는 모친이 있었다. 모친은 아픈 아들을 평생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그러나 모자의 비극은 속상해서 내뱉은 모친의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지난 4월19일 밤 10시쯤. A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술에 취해 귀가했다. A씨는 잦은 음주와 술버릇 탓에 모친과 자주 다퉜다. 술을 마시고 술값을 내지 않는 등 행실이 좋지 않은 아들이 그저 밉기만 했다.

이에 어머니는 "정신 못 차리고 술만 마시고 돌아다니냐, 동네 창피해 죽겠다"며 꾸지람을 줬다. "너랑 같이 못살겠다.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라"고 재차 혼냈다.

A씨는 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술에 취해 잔소리를 들은 그는 자택에 있던 흉기를 집어들고 모친에게 다가가 수차례 휘둘러 사망케했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숨진 모친을 그대로 방치한 채 모친이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와 반지를 들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또 술을 마시기 위해 술집을 찾았다. 이같은 행위는 사흘째 이어졌다. 주머니는 빈털터리였다. 돈도 없이 무작정 술과 안주를 시켜 먹기까지 했다. A씨는 그렇게 술에 취한 채 사고 발생 나흘째인 오전 2시쯤 광주 동구의 한 도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검거 전날 오후쯤 자택에서 A씨의 어머니가 숨져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했고, 함께 살던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망을 좁혔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허정훈)는 지난달 30일 존속살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친이 '술을 마시면 행실이 좋지 않으니 병원에 들어가라'고 말하자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 했다"며 "범행 직후 피해자가 착용한 금품을 가지고 광주로 이동해 술을 마셨고, 돈이 떨어지자 40만원 상당의 음식을 편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을 수십년간 보호해 왔다가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 유족은 모친을 한순간에 잃고 이러한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범행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피고인이 범행 동기나 고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이 사건과 무관하게 과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장기간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 면담 과정에서도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사실 의심이 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유일하게 저를 지지해준 분이었다. 후회한다"고 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