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자란 광주 청년들, 극단적 선택 비극 잇따라

만18세 보육시설 나와 장애 겪는 부모와 살던 A양 숨져
보육시설 거주 연장에도 자립 부담 못이긴 대학교 신입생

ⓒ News1 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광주지역 보육시설에서 자라온 청년들이 최근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24일 광주 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7분쯤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A양(19)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 등을 분석해 A양이 아파트 고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양은 "최근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가족 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를 겪는 부모를 둔 A양은 만18세까지 광주 한 보육시설에서 지내왔다.

최근 시설을 나온 A양은 아버지와 함께 임대 아파트에 거주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 등에 의지하는 등 생활고를 겪어왔고 A양은 최근 대학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지난 21일에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대학 신입생 B군이 자립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어릴적부터 시설에 맡겨진 B군은 경기지역 등 3~4곳의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자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학교 진학 후 광주로 온 그는 지난 2020년부터 북구의 한 보육시설에 몸을 의탁했다.

하지만 보호아동은 18세가 되면 자립 수준과 무관하게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난달부턴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시행으로 보호아동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18세가 된 B군 역시 스스로 '만 24세까지 기존 시설에 계속 머무르겠다'고 신청해 보육원 생활을 이어왔다.

B군의 방에서는 마시지 않은 음독물과 소주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는데"라는 글이 적힌 쪽지가 남아 있었다.

B군은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복지관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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