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점령'에 광주 역학조사반 번아웃…새벽 근무 당연지사
"일반 행정직원들도 도와달라" 간호·보건직렬 호소
-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24일 14시부터 30분간 광산구에 있는 음식점에 다녀오신 거 맞죠? 동석자는 총 몇명이었나요?"
5일간의 설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보건소 감염병예방팀은 보건소 대신 '콜센터'라는 단어를 연상케했다.
4~5명씩 짝지어 일렬로 앉은 이들은 수화기를 연신 부여잡고선 확진자들에게 '증상 발현일이 언제냐. 이후에는 어디를 방문하셨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수화기 너머로 '재택치료 받고 싶다'는 여성 확진자의 목소리가 전해지자 한 의료진은 A4용지 1장 분량 '코로나19 기초역학조사서'에 따라 적었다.
통화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공란으로 가득했던 조사서는 확진자들의 신상과 희망사항 등으로 빼곡하게 채워져갔다.
의료진 21명으로 구성된 감염병예방팀의 업무는 확진자들의 기초 역학조사다.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이동동선을 최우선으로 파악하고, 뒤이어 역학조사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증상 발현일 내지는 확진일자를 두번째로 확인한다.
그 이후에는 백신접종의 여부와 더불어 향후 재택치료 또는 시설치료의 희망여부를 순차적으로 묻는다.
의료진 1명당 통상 하루에 확진자 30여명의 역학조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업무시간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됐다.
광산구보건소 의료진 오모씨는 "올해 인사로 역학조사팀에서 근무한 지 3주정도 지났다"며 "이 기간동안 항상 퇴근시간은 새벽 1시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무가 밀리고, 퇴근을 못하더라도 오늘 발생한 확진자의 역학조사를 내일로 미룰 수는 없지 않느냐"며 "우리 구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어떻게든 오늘, 이곳에서 마무리짓자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의 업무는 점심시간에도 이어졌다.
광주에서 연일 400명 이상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한 데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무더기로 감염되면서 역학조사팀의 업무 또한 늘었기 때문이다.
광산구보건소 의료진 박모씨는 "하루종일 확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다보니 목이 금방이라도 쉴 것 같다"며 "버틸 수 없어서 목캔디를 샀다"고 울먹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진은 인력 충원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광산구 직원 A씨는 "역학조사를 굳이 간호·보건직렬에서 전담할 필요는 없다"며 "일반 행정직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광산구에서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광산구는 지난 22일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자 구청사 7층 윤상원홀에 별도 코로나19종합상황실을 꾸렸다.
총 40명으로 구성됐는데, 일반 행정직 직원들은 차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보건 직렬 직원들의 불평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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