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교회 죽이려" 삿대질·폭언…집단감염 교회 찾은 의료진 봉변
광주 안디옥교회 진료소 한산, 2000여명 교인 전수검사 무색
마스크 착용 요구에 "어디서 훈계질이야"…검사 기피 정황도
-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너 조용히 해! 어디서 훈계질이야!"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 선별진료소에서 턱에 마스크를 걸친 남성이 의료진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남성이 고함을 지른 이유는 "마스크를 써달라"는 의료진의 말 때문이었다.
전날 안디옥교회 신도 21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이날 교회 앞에 선별진료소가 긴급 설치됐다. 방역당국은 이곳에서 안디옥교회 2000여명의 교인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날 오전 선별진료소는 꽤 한산했다.
2시간 동안 40여명의 교인들만 선별진료소를 찾는 것에 그쳐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춘 수십 명의 의료진은 하염없이 교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산하던 선별진료소가 시끄러워진 것은 한 백발의 남성이 선별진료소를 찾아 "문재인이 북한 출신이라는 거 아느냐. 문재인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 내가 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소리를 지르면서였다.
이 남성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는 "뭐만 하면 다 교회 때문이냐. 백화점이랑 식당에서는 확진자가 안 나오냐. 문재인이 교회를 죽이려 들고 있다"고 소리쳤다.
마스크를 내리고 침을 튀기며 분노하는 남성에게 한 의료진이 "마스크를 써주시라"고 말하자 이 남성은 "넌 뭐야. 넌 조용히 해. 지금 성질내고 있는데 어디서 마스크를 쓰라 말라냐"며 의료진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 오늘 2시에도 여기 앞 식당에서 밥 먹는다. 내가 지하철도 다 타고 다니는데 내가 왜 코로나에 걸리냐. 내가 교회에서 걸렸는지 식당에서 걸렸는지 어떻게 아느냐. 똑바로 알아라. 내가 너네보다 더 많이 안다"며 황당한 말을 이어갔다.
의료진이 "저희는 방역수칙을 일러드리는 거다. 그리고 검사받고 바로 집으로 가셔야지, 식당 가시면 안 된다"고 차분히 대응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남성은 10여분 더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선별진료소를 빠져나갔다.
남성이 선별진료소를 떠난 후에는 또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2000명 규모의 전수검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사실상 교인들이 의도적으로 전수검사를 기피하고 있는 정황이 선별진료소 인근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한 어르신이 "나는 어차피 코로나 안 걸렸다"며 발길을 돌리자 한 교인이 "어르신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검사는 받으셔야 한다. 이거 다 의무사항이다"며 그를 쫓아갔지만, 그들은 다시 선별진료소로 돌아오지 않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24일 대면 예배를 본 553명의 교인은 의무 검사 대상자이지만 대면 예배에 참석 안 한 교인들은 검사를 강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늘 검체 채취 이후 누락된 교인들에 대해서는 교회와 보건소 차원에서 검사 독려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디옥교회는 최근 153명(TCS국제학교 115명·TCS에이스국제학교 38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TCS국제학교에서의 감염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확진자 중에는 안디옥교회 부목사도 포함됐다. 부목사의 아들 1명은 TCS국제학교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디옥교회는 안디옥 트리니트CAS라는 기독교 방과후 학교 운영을 준비 중이어서 IM선교회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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