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공수여단 '전두환 비석'도 땅속에 묻히나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를 자행했던 11공수여단의 '전두환 비석'이 광주 망월묘역의 '전두환 민박 기념비'처럼 땅에 묻힐지 관심이다.

5월단체 회원 등은 3일 오전 광주 치평동 5·18자유공원에 위치한 전두환 비석을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바닥에 있는 '전두환 담양민박 기념비'와 같이 땅에 묻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비석은 1983년 11공수여단이 전남 담양으로 부대를 이전하면서 세워진 것으로 '선진조국의 선봉'이라는 한문 글자와 그 밑에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을 두고 일각에선 전두환씨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무차별적인 진압작전을 수행한 11공수여단의 '전승기념비' 격으로 설립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부대에서 철거한 뒤 지난달 16일 광주로 옮겼다.

11공수여단 정문에서 철거된 비석은 자유공원 화장실 앞에 거꾸로 뒤집어 눕혀졌다.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자유공원 내로 이전될 예정이었으나 5월단체 회원들의 반발로 자유공원 밖으로 밀려나 안치됐다.

5월 관계자는 "지금 자유공원 앞으로 옮겨진 전두환 비석이 무슨 상징물처럼 전시가 돼 있다. 이건 '전두환 찬양비' 전시지 교육이 아니다"며 "자유공원 비석도 망월동 비석처럼 땅에 묻어 시민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해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 마을'이라는 글귀가 적힌 '담양민박 기념비'가 있다.

'전두환 비석 밟기'로 유명한 이 돌은 망월묘역을 찾는 많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전두환과 신군부의 5·18 만행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광주시 등은 11공수여단의 '전두환 비석'을 땅에 묻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는 5월 단체의 충분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5월 3단체(구속부상자회·부상자회·유족회)의 충분한 합의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국방부에 따르면 11공수여단의 전두환 비석과 같은 '전두환 찬양비'가 제1공수여단과 서울 중앙도서관 앞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5·18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해당 비석들은 각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eyond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