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살인 용의자는 왜 저수지에 갔나…

"수사 혼선 목적" "불안한 심리 달래기 위해"…자살 배경 두고 의견 분분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 A양(16)을 찾기 위해 경찰이 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저수지에서 수색을 하고 있다. 도암면은 실종 여고생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혔던 곳이다.(전남지방경찰청 제공)2018.6.24/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강진=뉴스1) 이종행 한산 기자 = 전남 강진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이 실종 여고생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유력한 용의자의 자살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극단적 선택 직전 용의자는 평소 자신이 자주 다니던 저수지를 찾았는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불안한 심리를 달래기 위해 간 것인지 등 의견이 분분하다.

26일 강진경찰 등에 따르면 용의자 A씨(51)는 지난 17일 오전 6시17분쯤 전남 강진군 군동면의 한 철로 인근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장소는 자신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600m 떨어진 곳이다. 아직까지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A씨가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지는 등 심리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6일 실종신고 직후 B양(16)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전화를 한 뒤 집을 찾아오자 극도의 불안감과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A씨는 이날 밤 11시쯤 자신의 집에 B양의 어머니가 찾아오자 가족에게 "집 안의 불을 다 끄라"고 한 뒤 뒷문으로 그대로 달아났으며, 경찰은 B양의 아빠 친구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해왔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만약 A씨가 범인이라면) 시신 유기 후 경찰이 발견했는지 등 상황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오히려 상황파악이 안되다 보니, 더욱 불안했을 것"이라며 "신원파악이 안 되도록 여고생의 옷도 없애고 했는데, 몇 시간 후 (B양의) 어머니와 경찰이 찾아오니 매우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유서가 없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가 죄책감에 우발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죄책감 반, 자포자기 반'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살을 미리 계획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자살을 염두에 뒀다면 유서를 남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가 극단적 선택 직전 저수지를 간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분분한데, 이미 심경에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선택을 위한 길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만약 범인이 범행을 계획했다면 범행 장소에 대한 혼란을 주려고 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며 "범인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인데,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아닌 저수지쪽으로 혼선을 주려는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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