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원들 혐의 적극 부인…갈 길 먼 재판

[세월호참사] 24일 세번째 공판준비기일 후 공판
증인신문 및 피고인신문에 상당한 시간 소요 예상

(광주=뉴스1) 김호 기자 = 재판부는 가급적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증거조사, 증인신문, 피고인신문 등을 거치면 빨라도 10월 말이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선원들에 대한 살인 및 유기치사 등의 혐의 입증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15명 중 14명이 혐의 부인…1명은 인정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7일 살인 및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장 이씨 등 선원 15명에 대한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시간 부족으로 공소사실 인정여부를 밝히지 못했던 3등 기관사 이모(25·여)씨, 조기수 이모(56)씨, 조타수 박모(59)씨 등 3명은 이날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먼저 퇴선, 구조된 행위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당시 자신들의 생명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1등 기관사 손모(57)씨는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한다"고 밝혔다. 손씨는 구조된 이후 모텔에서 머무르던 중 자살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선원이다.

선장 이씨 등 나머지 11명은 지난 기일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전체 15명의 선원 중 14명이 혐의를 부인한 셈이다.

◇선원들 사실상 무죄 주장 '적극적'

선장 이씨를 포함한 선원들은 사실상 무죄를 주장하며 참사에 대한 책임을 청해진해운이나 부실구조를 벌인 해경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무리한 선박 증톤, 화물 과적, 부실 고박, 평형수 부족 등으로 '위험한 운항'을 하도록 해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해경은 구조의 주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장 이씨와 선원들은 '계약직 선장' '선장이나 선임급 선원으로부터 지시를 받아야 하는 선원' '항해 경험 부족' 등 각자의 배경을 내세우며 개별적인 '방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배 침몰과 관련해 고박, 설계 전문가 등을, 승객 구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해경 등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이 선장 이씨 등 핵심 선원 4명의 살인 혐의를, 나머지 선원들의 유기치사 등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 속도 내기로 했지만 장기화 불가피 예상

재판부는 우선 24일 오전 10시 세번째이자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열 방침이다. 쟁점 및 입증계획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오후 2시부터는 정식으로 증거조사를 벌이는 등 공판에 들어가기로 했다.

재판부는 세월호와 외관 및 내부구조가 비슷해 쌍둥이배로 불리는 '오하마나호'에 대한 현장검증도 30일 진행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 배를 직접 둘러보면 이번 사고 당시의 상황, 선원들의 위치, 책임 여부 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매주 화요일 선원들에 대한 재판을 열기로 했다. 다만 필요할 경우 다른 요일에도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공판에 속도를 내기로 했지만 선원들의 구속만료시점인 11월까지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측 증인만 생존한 단원고 학생 등 40여명이 예상돼 증인신문, 피고인신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im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