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치킨집 '의문의 화재'…튀김찌꺼기서 저절로 '활활'

3년간 대전서 13건…튀김찌꺼기서 자연발화 추정
경찰·소방 합동 재현실험, 1시간 30분 만에 '불꽃'

튀김찌꺼기 자연발화 재현 실험 단계. (대전경찰청 제공)/뉴스1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최근 3년간 대전지역 치킨집 등 튀김 요리를 취급하는 업소에서 반복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워낙 고온으로 음식을 조리하다 보니 불이 날 법도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불이 난 시각이 대부분 영업이 끝난 한밤중이나 새벽 시간대였다. 누군가 침입하거나 고의로 불을 낸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공통점은 화재 현장 근처에 하나같이 튀김찌꺼기를 두는 통이 있었다는 것이다.

화재 조사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은 결과란에 이렇게 적었다. ‘튀김찌꺼기에 의한 자연발화’ 즉, 저절로 불이 났다는 것이다.

재현실험 과정에서 튀김찌꺼기를 담은 통에 불이 난 모습. (대전경찰청 제공)/뉴스1

겨울철 튀김찌꺼기를 폐기하지 않고 모아둘 경우 자연적으로 화재가 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전경찰청과 대전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관내 튀김 요리 업소에 발생한 화재는 총 13건으로 모두 자연발화로 추정된다.

이에 두 기관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화재가 난 업주의 진술을 토대로 재현 실험을 진행했다.

37리터 플라스틱 통에 2시간 동안 사용한 기름과 튀김 찌꺼기를 3분의 2가량 채운 뒤 뚜껑을 열어둔 채 나무판을 올려뒀다.

실험 결과 약 1시간 후부터 찌꺼기 더미에서 하얀 연기가 나면서 플라스틱 용기가 녹기 시작했다.

이어 1시간 30분 후에는 녹은 부분에서 빨간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확산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튀김찌꺼기에 있는 기름 성분과 산소가 만나 열이 쌓이면서 불꽃 없이 연기가 발생하는데 이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가 열에 의해 변형되면서 불이 붙었다.

장성윤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건조한 가을과 겨울철에는 조그만 불씨도 큰 화재로 번지기 쉽다”며 “조리 후 나오는 튀김 찌꺼기는 가급적 바로 폐기해 다량 쌓이지 않게 해야 저절로 불이 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