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억씩 나눔 실천'…180억대 매출 중소기업 사장의 선행
반도체 기업 에이티이엔지 강현규 대표, 가난 딛고 ESG 경영 실천
아동쉼터·복지관 등 30곳 기부…직원 40명중 석·박사 등 16명에 장학금도
- 이찬선 기자
(충남ㆍ아산=뉴스1) 이찬선 기자 =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나요. 내가 먼저 나서면 누구라도 함께할 거라 생각합니다”
해마다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이웃과 나누고 있는 에이티이엔지 강현규 대표(58). 그의 나눔의 손길이 닿는 곳은 장애인체육회와 피해 아동쉼터, 청소년단체, 복지관, 외국인 이주민 단체 등 30여 곳에 이른다.
“회사경영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부는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 됐다. 2022년 이후 해마다 1억 이상을 기부하거나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올해도 기부금과 장학금을 포함해 1억1000만 원을 넘어섰다.
충남 아산에서 반도체 공정용 물류 장비 및 LCD 장비 등의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강 대표는 성탄절을 앞두고 나눔 실천을 강조했다.
강 대표의 나눔 실천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인생 역정에 녹아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4형제 중 둘째로 형은 고1이었고, 동생 둘은 어린 초등생이었다. 홀어머니와 네 형제들은 힘겨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인문계고를 포기하고 가족들을 위해 서둘러 돈을 벌기 위해 상고를 진학했다. 그리고 졸업 1년도 안 돼 입대해야 했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은 계속됐다. 제대 후 직장에 다니며 22년 만에 전문대 야간학교를, 3년 뒤에는 4년제 대학 야간을 마쳤다. 그는 호서대에서 ESG 관련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ESG와 관련한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분야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인생 역정은 그를 단련시켰고,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나눔의 경영 철학으로 승화했다. 강 대표는 “누군가와 나눈다면 덜 힘들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ESG 경영으로 향하게 했다고 한다.
“오래전 월급 50~60만 원 받을 때도 유니세프 등에 기부는 꼬박꼬박했다”는 강 대표는 나눔을 ‘같이의 가치’라고 표현한다. ‘여럿이 함께하면 더 큰 가치를 얻는다’는 믿음이다.
직장생활과 사업 역시 마찬가지로 여겼다. 1988년 대우그룹 계열의 오리온전기에서 인사·노무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서른셋에 퇴직하고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마흔에 재취업을 해 여러 중소기업에서 임원을 지내다 지난 2018년 지금의 에이티이엔지 대표로 경영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학업, 회사 등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죠. 실패도 겪고 삶의 궤적이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삶의 경험은 강 대표에게 ‘행복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일이 기업경영의 기조로 자리 잡았다. 강 대표는 특별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과 석박사 과정을 밟는 직원이 40명 중 16명이나 된다. 강대표는 학비 전액을 뒷받침하며 직원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길 응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가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아 존중감을 불어넣고 있다.
2019년은 회사 경영이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월급 한 푼 깎지 않았다. 함께 극복해야 가족이다. 일은 없었지만 모두가 출근해 족구하고 함께 삼겹살 구워 먹으며 버텼다.
지난해엔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오며 적자를 기록했지만 임직원들이 의기투합으로 중장기 성장 전략의 기회로 다지며 힘겨운 시기도 넘겼다.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은 데는 강고한 파트너십이 있었다.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자율적인 게 대표적이다. 직원 스스로가 하는 문화이다 보니 업무 효율성이 향상됐다고 한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충남도로부터 착한 일터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트너로 임직원이 함께 마음을 합쳐 일하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대표는 파트너십과 나눔은 ‘함께’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 하는 품질보다 실천하는 품질혁신을 중시한다”는 강 대표는 직원들과 힘을 합쳐 ‘같이’ 일해서 ‘가치’를 만드는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슬방울이 쌓여 바다를 이루는 해성적로(海成積露)처럼.
‘같이의 가치’와 ESG 경영 실현이 더해져 회사 매출도 성장 중이다. 2015년 9월 설립된 에이티이엔지는 반도체 공정용 물류설비 제조, 이차 전지 사업 분야, 대기업 대상 정밀부품가공, 방산 사업(공군), EMI Monitor(해킹 방지용 모니터)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이차 전지 분야 기술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0년에는 기술평가 우수기업 인증, 100만 달러 수출탑 수상에 이어 2021년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인증에 의한 충남 유망중소기업 선정, 2022년 기술혁신중소기업(Inno-Biz) 인증 등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 119억원에서 올해 185억으로 뛰었다.
강 대표는 힘든 경제 상황이지만 젊은이들에게 ‘설렘이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강 대표는 “저는 빡빡하게 살았습니다만 이제는 멋지고 신나게 살자는 것이 삶의 모토가 됐다”면서 “설렘이 없으면 희망도 미래도 없죠.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chans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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