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창문 부수고 진입하는 걸 보다니"
‘비상계엄 선포’ 대전·충남 시민들 불안·당혹감
대전시민사회단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 허진실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국가 비상 사태라면서요. 이런 상황에 국가원수가 국민들 앞에서 입을 닫는 게 말이 되나요?”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있고 난 4일 대전·충남 지역 각계각층에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밤 10시25분께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으나 국회가 4일 오전 1시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2시간 30여분 만에 사실상 사태가 종료됐다.
시민들은 다들 간밤에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불안해하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정 모 씨(45·동구)는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한동안 너무 놀라 잠에 들지 못했다. 3시간쯤 잔 것 같다”며 “살다 살다 국회의사당에 계엄군이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은행원 김 모 씨(31·서구)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계엄령 선포에 해제까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국가비상사태면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재난 문자는 왜 안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지역교육청과 각 학교에는 자녀들의 등교 여부를 묻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충남교육청은 안전 문자를 통해 “오늘 학교는 정상 등교한다”며 “모든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신 모 씨(33)는 “국가비상사태라면서 대통령이 계엄령만 선포하고 다른 후속 조치 없이 사라지는 게 말이 되냐”며 “지역 맘카페에서 한참 분위기를 살피다 결국 학교에 보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역 의료계는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에 ‘전공의 복귀’와 관련한 내용이 담기자 술렁였다.
임정혁 대전의사회장은 “갑작스러운 계엄령에 의사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라며 “다만 포고령에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라고 표현됐는데, 이에 해당하는 인원은 없다는 게 의협의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계엄령이 해제되며 취소하기도 했다.
상황이 일단락되면서 지역 법원의 재판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대전지법과 대전고법은 별도의 일정 변경 없이 통상적인 재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역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포고문에 정치활동 금지·언론 통제는 물론이고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유감을 표하거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앞다퉈 입장을 냈다.
김태흠 충남지사(국민의힘)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만큼 헌법 절차에 준수해 사회질서 유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즉각적인 조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올렸다.
이장우 대전시장(국민의힘)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밤 비상계엄령 선포로 대전시민 여러분의 불안과 걱정이 크셨을 것"이라며 "국정 혼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대전지역 진보성향 시민·사회·종교단체 31곳으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9시 서구 은하수네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같은 곳에서 시민대회를 열고 정권 퇴진 요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zzonehjs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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