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그만"…조달청, 청장·간부들 '조직문화 혁신' 약속
확대간부회의에서 각자 약속메시지 전달
질문토론·누구에게나 존칭·불필요 회의 그만 등
- 박찬수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답정너보다 질문과 토론, 사람보다 일로 평가하겠습니다”
4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조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약속’과 ‘다짐’의 발표와 함께 “반드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우렁찬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공직 연륜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자신의 슬로건을 발표할 때마다 힘찬 박수와 함께 ‘기발하다. 진심이 느껴진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플래카드를 직접 들고 면접을 보듯 자신의 메시지를 또박또박 발표한 이들은 이제 막 입사한 신규 공무원도, 과장급, 사무관도 아닌 바로 ‘조달청 간부들’이다.
청장부터 차장, 각 국장 그리고 지방청장들은 이날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열띤 PT 경쟁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조달청은 이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약속 캠페인’을 열었다. 청 간부들만 나서 조직문화 혁신을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속캠페인에는 청장, 차장, 각 국장 및 지방청장 등 23명의 조달청 간부 전원이 동참했다.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모든 간부가 먼저 나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도, 불필요한 회의도, 반말도 없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
캠페인은 간부급 리더부터 막내 지방청장까지 전 직원에게 ‘약속 문구’를 직접 공표하고 실천 의지를 각자의 방법으로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기근 청장은 “열정과 업무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받게 하겠다”며 열정에 따른 공정한 성과를 약속했다.
백승보 차장은 “말과 마음이 통하는 조직구성원이 되겠다”고 전제한 뒤 말하기보다 듣기, 답정너보다 질문‧토론, 질책보다 칭찬‧격려, 사람보다 일 평가, 현장유지보다 변화 등 구체적인 다짐도 제시해 남은 발표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간부들은 대부분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을 가장 우선시 했다.
김응걸 기획조정관과 권혁재 구매사업국장은 ‘꼭 필요한 사람끼리, 꼭 필요한 회의만 간결하게 하겠다’고 강조했고, 이형식 공정조달국장은 직원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라며 ‘누구에게나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전태원 신성장조달기획관이 “불필요한 연락은 하지 않겠다”고 선포하자 강성민 시설사업국장과 임병철 기술서비스국장도 “불필요한 회의와 연락은 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직원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겠다고 노중현 공공물자국장이 약속하자 이병철 강원지방청장은 “가족처럼 사랑하겠다”며 진솔하게 답했다.
각 지방청장들은 ‘소통’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조직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했다.
지방청장들은 “친구처럼 격의 없는, 낮은 자세로 소통, 정시퇴근 문화, 상호존중 생활화, 저녁이 있는 삶, 자유로운 연가 등”을 지켜나겠다고 약속 메시지를 내놓았다.
일부 간부는 이색적인 약속을 했다.
임헌억 차세대추진단장은 캠페인 전 소속 직원들로부터 투표를 통해 메시지를 선정했다며 다른 간부들의 허를 찌른 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직원들의 바람을 대변했다.
백호성 조달품질원장은 오히려 품질원 직원들에게 “과도한 의전은 제가 먼저 거절하겠습니다”며 ‘약속’이 아닌 또 다른 업무 지시(?)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조달청은 이날 간부들의 약속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포스터와 홍보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기로 했다.
임 청장은 “간부들의 약속이 조달청을 좀 더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 바꾸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조직구성원이 즐거워야 일이 잘되고 우리의 정책고객도 행복해진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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