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개발' KT&G 전 연구원 보상금 청구소송 1심 재판 돌입
- 최형욱 기자
(대전=뉴스1) 최형욱 기자 = KT&G 전 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내부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를 개발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수조원대 배상금을 청구한 소송의 첫 공판이 17일 열렸다.
대전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함석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곽대근 전 KT&G 연구원이 KT&G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 원 규모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직무발명 건수를 놓고 양측 간 날선 공방이 오갔다.
KT&G 측은 “지난 4월에는 직무발명이 8개가 있다고 주장하다 지난 10일 제출한 서류에는 직무발명이 16개에 달한다고 하는 등 직무발명 주장 건수가 늘어났다”며 “특허가 출원된 3개 외에 나머지 5개에 대한 실체를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8개와 늘어난 16개의 직무발명의 관계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곽 전 연구원 측은 “특허 출원 당시 개발된 전자담배를 포함해 각각의 기술들을 독립해서 출원했다면 모든 기술들이 보호받았을 것”이라며 “주요 직무발명에 포함된 세부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곽 전 연구원이 지난 2005~2007년 세계 최초로 내부 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를 발명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했음에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집단 및 단체소송을 제외하고 개인 단일사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졌으며 거액의 소가에 따라 수수료(인지대)만 수억 원에 달한다.
관 전 연구원 측은 KT&G가 국내 특허 출원 및 등록만 한 채 해외 특허 출원 등을 하지 않고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아 84조9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이를 보상금 산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뒤늦게 전자담배 시장의 급성장을 인식한 KT&G가 곽 전 연구원의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지난 2010년께 명예퇴직을 강요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곽 전 연구원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재유 관계자는 “KT&G가 글로벌 전자담배 제조 기업과 해외판매 공급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곽 전 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특허권), 즉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기 안에 삽입한 담배를 가열해 찌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곽 전 연구원이 개발하기 전에는 외부가열형태로 시장에 등장했으나 기술적 한계로 퇴출됐다는 게 원고 측 설명이다.
원고의 직무발명이 없었다면 경쟁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전자담배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시장 진입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에 대해 KT&G 측은 “해당 퇴직자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직무발명 관련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했고 이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와 부제소 합의도 이뤄졌다”며 “뒤늦게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스스로 수용한 합의에 배치되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특허들은 현재 생산되는 제품에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은 퇴직자가 추가 보상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며 “향후 부당한 주장을 지속하거나 소를 제기할 경우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원고 측이 “관련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즉각 재반박하면서 소송 시작 전부터 양측이 극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퇴직 후 기술고문 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있으나 보상의 성격이 아니며 이마저도 유출을 막으려는 의도였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은 이에 보상 범위의 문제일 뿐 직무발명 보상금 지급 여부는 쟁점조차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23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ryu409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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