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중시했지만" 불통 평가 받고 떠난 박경귀 전 아산시장

취임 2년 3개월 만 낙마…문화도시 건설 계획 수포로
구형보다 높은 형량·2달에 1번 해외 출장 불명예 꼬리표

박경귀 전 아산시장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0.8. /뉴스1 ⓒNews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박경귀 전 아산시장이 자신의 발언에 발목이 잡혀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경귀 전 시장은 8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으로 벌금 1500만 원 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다. 민선 8기 아산시장에 취임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직 시장이던 오세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었다. 여론조사에서 밀렸지만 실제 투표에서 1314표 차로 상대를 제치고 당선됐다. 2번째 도전 만에 목표를 이뤘다. 국민의힘은 12년 만에 자당 소속 아산시장을 탄생시켰다.

박 전 시장은 취임과 함께 '참여자치 위원회' 설치 계획에 가장 먼저 서명하며 시민과 소통을 중시한 행정을 약속했다. 연 1회 실시하던 읍면동별 간담회를 연 2회로 확대하고 시장실을 개방해 주민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또 문화도시를 지향하며 '아트밸리 아산' 브랜드를 만들고 아산항 개발 등을 힘 있게 밀어 붙였다.

하지만 소통하는 시장이라는 공언은 취임 한 달도 안 돼 삐걱댔다. 공약 이행을 위한 추경 예산안에 제동을 건 의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김미성 아산시의원은 "가스라이팅 시정"이라고 비난했고 박 시장도 "모욕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사회적 경제과를 폐지하며 시민사회와 마찰을 빚은 박 전 시장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교육경비를 문제 삼으며 학부모 등과 극한 대립을 이뤘다. 이미 시의회 심사를 통과한 교육경비 예산을 자진 삭감해 자당 의원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했다.

아산시의회는 15일 동안 천막 철야농성을 벌였고, 이후에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김희영 의장이 단식 농성을 벌이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 사이 박 전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중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세현 전 시장에 대한 부동산 허위 매각 의혹이 있다며 발표한 성명서가 문제가 됐다. 그는 "성명서에 허위사실이 기재된 바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벌금 1500만 원,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구형한 800만 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범죄 사실이 명백하고 다수의 가중 요소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판결에 불복하며 재판을 이어간 박 전 시장은 시정에 본인의 색깔을 뚜렷이 입혀나갔다. 365일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도시를 구축하는 데 힘을 썼다. 기존의 성웅 이순신 축제를 전면 개편해 새롭게 꾸미고 △이순신 순국제전 △신정호 아트페스티벌 100인 100색전 △썸머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신설했다.

실제 아산은 지난해 충남도 시군 종합평가에서 1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한해에만 대외 기관 평가를 통해 모두 77개의 표창을 받았다.

박 전 시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아산은 '아트밸리 아산'이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태어나 도시 브랜드 가치가 상승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의회나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불통 행정'이라는 평가를 바꾸지는 못했다. 특히 재판이 계속되는 중에도 계속된 해외 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박 전 시장은 재임 기간 중 모두 12차례에 걸쳐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2달에 한 번꼴로 해외를 나간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재판 상황도 박 전 시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1·2심에서 모두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고 상고한 박 전 시장은 원심 재판의 절차 오류를 지적하며 파기환송 돼 희망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도 앞선 재판과 똑같은 형이 내려지면서 당선 무효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이날 대법원이 박 전 시장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시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박 전 시장은 법원 판결에 대해 "진실을 보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제 마음으로 승복할 수 없다"며 "밖에서 아산시정의 비판자, 도우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뒤 시청을 떠났다.

아산시민연대는 떠나는 박 전 시장에 대해 "자기주장만이 가장 옳다는 식의 '잘난 체'로 일관하고, 독선과 불통 행정으로 시민을 절망시켰다"고 평가했다.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시장 직을 상실한 박경귀 전 아산시장이 시청을 나서고 있다. 시청 입구에는 박 전 시장이 신설해 오는 11월, 2회째를 맞는'이순신 순국제전' 개최 안내문구가 표시돼 있다. 2024.10.8./뉴스1 ⓒNews1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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