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길고양이 보호·관리 조례 논란 재점화…범시민 토론회 열려

찬반 인식 차 드러나, 반대 토론자들 퇴장
복아영 천안시의원 "합의점 찾아가는 과정"

'천안시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 등에 대한 범시민 토론회에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5. /뉴스1ⓒNews1 이시우 기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사회적 합의 마련을 위해 보류됐던 '천안 길고양이 보호·관리 조례'의 재논의가 시작됐다. 의견 수렴을 위한 시민 토론회가 열렸지만 찬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7일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5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복아영 천안시의원 등이 주관하는 '천안시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 등에 대한 범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복 의원은 지난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길고양이 관리에 나서 길고양이로 인한 주민 갈등을 줄이고, 길고양이와 공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조례안이 발의되자마자 찬반 논쟁이 뜨겁게 타올랐고, '길고양이 보호 조례'라는 점만 부각되면서 복 의원은 천안을 너머 전국에서 거친 항의를 받았다.

결국 조례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시민사회의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조례안 심사를 보류했다.

1년여 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재정비한 복 의원은 다시 길고양이 조례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 반대가 거셌던 지정급식소 설치 의무 규정을 "설치할 수 있다"로 완화하고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 열린 토론회에는 주말에도 불구하고 지정톤로자 12명을 포함한 1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토론자를 공개 모집하고 반대 의견을 가진 시민들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조례 제정을 찬성하는 참석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김선혜 씨 등 시민 3명은 반대 토론자로 나서 생태계 교란, 환경 훼손 및 오염 등을 이유로 길고양이 보호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찬성 측 토론자 9명 중 일부는 조례안에 대한 보완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생태계 내에서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관리 조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1시간 동안 12명의 지정토론자가 의견을 개진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찬반 양측은 사실 인식에서부터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평행선을 달렸다.

찬성 측은 "중성화 수술로 개체 수가 조절됐다" "유럽에서는 고양이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우리나라처럼 고양이를 혐오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중성화 수술에 따른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이미 급증한 길고양이를 보호하면 개체 수가 더 늘어날 것이다" "유럽에서는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특히 반대 측이 "길고양이로 인해 감염병 전염 우려가 있다"고 하고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길고양이가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주장을 펼치자 대부분을 차지한 찬성 측 참가자들이 헛웃음을 지으면서 대립은 고조됐다.

캣맘 3년 차라고 소개한 A 씨는 "반대 측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조례를 만들어 관리하자는 것인데 왜 반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장을 맡은 장동호 남서울대 교수는 "개인 간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인식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양측을 진정시키고 조례안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끌어내려 했지만 토론회는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마무리됐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김정선 씨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대책을 먼저 토론한 뒤 좋은 의견을 모아서 조례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아닌 길고양이 보호를 먼저 하는 조례를 만드는 토론회는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측 토론자 2명과 함께 토론회가 끝나기 전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천안시 길고양이 조례에 대한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복아영 의원은 토론회를 마치면서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지만 지자체에 동물복지 담당 부서가 생긴 것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제도도 변해야 한다"며 "여전히 반대 의견도 많지만 갈등과 논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안시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 등에 대한 범시민 토론회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한 참석자들이 토론회가 종료되기 전에 자리를 떠났다. 2024.10.5. /뉴스1ⓒNews1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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