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국방부 축소보고 공군간부, 유죄→무죄

대전지법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 안돼"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왼쪽 세 번째)가 지난 1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판 선고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성추행 피해 후 극단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사건을 국방부에 의도적으로 축소 보고한 혐의를 받는 공군 간부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구창모)는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를 받는 전 공군 군사경찰단장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1년 5월 22일 영내 관사에서 극단 선택으로 사망한 이 중사 사건을 국방부에 보고하면서 성추행 피해자인 점, 유족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점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채 단순 사망 사건처럼 허위로 보고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1심을 심리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공군 참모총장에게는 보고됐던 부분이 국방부 사고 속보에는 단순히 기재하지 않은 걸 넘어 내용이 수정된 점을 토대로 허위 보고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당초 공군은 서류에 '유족이 피해자가 일부 군 동료에게 가해자의 선처를 요구받아 힘들어했다며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국방부에는 '유가족이 사망 동기를 명확히 밝혀달라는 것 외에 특이반응이 없다'고 수정해 보고했다.

이에 A 씨는 이 중사의 사망 원인에 대한 잘못된 예단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내용을 축약해 기재했다며 사실오인,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도 사망 사건의 본질인 성추행 피해 사실을 누락한 채 작성한 공문서에 대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에 문제가 있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유가족의 반응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점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가족 요구사항의 핵심은 사망 원인을 명확히 조사해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된 부대원들의 2차 가해가 밝혀지면 해당 인원을 처벌해달라는 것"이라며 "기재된 사망 동기를 명확히 밝혀달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일부 사실 누락이 허위라고 볼 수 없는 점, '특이반응 없음'이 군 내에서 상투적 문구인 점, 피해자의 사망 사실이 알려져도 피고인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없던 상황인 점 등을 들어 허위공문서 작성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이 중사는 2021년 3월 2일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당해 이를 신고했지만 2차 가해에 시달린 끝에 그해 5월 21일 2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 사건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은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지난달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