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같은 벼 갈아엎었오" 부여 농민들 쌀값 폭락 항의시위
"기후재난·생산비 폭등에 생계 파탄” 쌀값 보장 등 대책 요구
- 최일 기자
(부여=뉴스1) 최일 기자 = “피끓는 심정으로 자식 같은 벼를 내 손으로 갈아엎습니다.”
4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군수리의 한 논에 누렇게 익어 잘 영근 벼가 풍년을 체감케 하며 풍성한 명절 한가위가 가까워져 옴을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이내 트랙터 3대가 이곳에 들이닥쳤고, 무참히 벼를 짓밟으며 한순간 논을 갈아엎었다.
이날 부여군청 앞에서는 농민들이 모여 ‘쌀값 폭락 대책 촉구 농민대회’를 열고 성난 농심을 표출했다. 벼가 힘없이 트랙터 속으로 사라지자 지켜보던 농민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곧 있으면 수확인데 이게 무슨 일이냐” “왜 논을 갈아엎어, 무능하고 무책임한 졍부를 갈아엎어야지”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쌀값 보장! 쌀수입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농민들은 “기후 재난, 생산비 폭등, 수입 농산물로 인한 가격 하락 속에 하루하루 농사짓고 살기 어려운 나날을 보내며 생계가 파탄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며 “더욱 우리를 절망에 빠트리는 건 쌀값 폭락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정부가 쌀값 20만 원(80㎏ 기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6만 원 선이 무너졌고 추석을 앞두고 조생종 수확이 진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올해 총 45만톤의 공공비축미 중 36만톤을 신곡으로 비축하려는 계획을 세워 쌀값 대폭락을 예고하고 있고 연간 40만8700톤의 쌀이 수입돼 가격 폭락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쌀값 폭락의 근본적 대책 마련과 밥 한 공기(90g) 쌀값 300원 보장(80㎏ 환산 시 약 26만6000원) △쌀 시장 격리 20만톤 즉각 시행 △쌀 수입 즉각 중단 △기후 재난 및 생산비 폭등 대책 마련, 국가 책임농정 실현을 정부에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부여를 시작으로 5일 논산·당진·보령·서천·아산·예산·천안, 6일 공주에서도 각각 지역별 농민대회와 논 갈아엎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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