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 '현금 수거책' 맡았던 20대 항소심서 무죄

재판부 "정상 금융회사 보조업무라고 맏었을 소지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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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20대에게 항소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구창모)는 사기 등 혐의를 받는 A 씨(27)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 역할을 했던 A 씨는 지난해 3월 26~30일 광주·대전 등지에서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기존 대출금은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는 조직원의 말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4차례에 걸쳐 5400만 원을 받아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또 A 씨는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받은 '완납증명서'를 대전 서구·대덕구 등의 PC방에서 인쇄한 뒤 피해자들에게 전달한 혐의(사문서위조, 사문서 위조 행사)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금 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해 범죄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며 A 씨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특성상 주로 사회 경험이 부족하거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상 금융회사인 척 접근해 범행도구로 삼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범죄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소액 대출을 받으려고 했던 사이트 관계자로부터 '대출상환금 수령' 명목으로 업무를 소개받았다"며 "해당 관계자가 대출 관련 업무를 하는 자라고 믿으며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 보조업무라고 믿었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인지 몰랐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외에도 피고인이 대가로 받은 7만~8만 원이 불법성을 의심할 정도로 높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자발적 의사로 돈을 건넨다고 인식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