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10cm 작은 우리 아이, 저신장증 의심해봐야"

[의학칼럼] 대전우리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노수진 대전우리병원 소아성장발달센터 재활의학과전문의. (대전우리병원 제공)/뉴스1

“우리 아이 키 180㎝ 가능할까요?” 최근 진료실에 온 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어린이의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영양부족, 늦은 성장 시기, 유전자 이상이 있지만 드물게는 성장호르몬 결핍 같은 질환의 영향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은 같은 성별, 연령대의 또래 100명 가운데 3번째 이내로 작은 경우를 말한다. 또 신장이 △만 4세까지 100㎝ 미만일 때 △또래 평균보다 10㎝ 이상 작을 때 △사춘기 전까지 1년에 4㎝ 이하로 자랄 때도 해당한다.

저신장의 원인은 주로 유전이다.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작은 키를 물려받은 경우가 가장 많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체질적인 성장 지연이 있다. 이 경우 뼈의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어려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다. 다만 성장이 더딘 것뿐이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평균 신장 범위에 도달하기도 한다.

저신장에 속하는 사람 중 질병에 원인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저신장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한데 갑상샘호르몬 결핍, 당뇨병 같은 내분비 장애와 선천성 심장 기형, 소화기 장애 등 심한 만성 질환이 있다. 이외에도 심각한 영양 부족, 자궁 내 성장 지연 등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별다른 질환 없이 아이의 키가 부모보다 눈에 띄게 작다면 성장호르몬 결핍증도 의심해 봐야 한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우리 뇌에 있는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신장뿐만 아니라 골 대사, 근육, 지방세포 조직 등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골다공증, 관절염,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환과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은 성장 기간이 정해져 있어 제때 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아이의 성장환경과 키를 측정해 표준 키와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X-Ray 사진을 기반으로 성장판과 뼈 나이를 분석해 현재 성장 상태를 진단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키를 예측한다.

키 성장에 영향을 주는 근골격계 문제도 함께 점검할 수 있다. 검사를 통해 아이의 체형과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석해 자세, 평발, 다리 모양, 측만증 등을 살펴본다. 또 혈액 및 호르몬 검사를 통해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빈혈, 간질환 등 내과적 만성 질환과 갑상샘, 성장인자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에 들어간다.

신장은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자신감 저하, 우울 등 심각한 정서적 문제를 호소하기도 한다. 조기에 성장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운동 처방, 영양상담을 병행한다면 검사 전 성인 예상키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