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당한 이웃 도우러 왔쥬”…대전 수해복구 지원 이어져

12일 오후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에서 한 농민이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보고 있다. 2024.7.12./뉴스1 ⓒNews1 허진실 기자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말해 뭐뎌요. 진짜 고맙쥬. 안고 울어버리고 싶은 맴이유.”

12일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

수마가 휩쓸고 간 마을과 주택들은 온통 진흙투성이로 어수선했다.

하지만 적막함이나 을씨년스러움은 없었다. 곳곳에서 쓸고 닦고 용 쓰는 소리로 사방이 가득찼다.

각 기관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정뱅이마을을 찾아 수해복구에 뛰어든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의 쉬지 않는 빗질에 연신 흙탕물이 밖으로 빠져나갔고 물에 젖은 가전제품들은 햇볕 아래 가지런히 놓여 말려졌다.

12일 대전 서구 용촌동에 경찰들이 수해주택에서 피아노를 옮기고 있다. 2024.7.12./뉴스1 ⓒNews1 허진실 기자

물을 잔뜩 머금어 부풀어 오른 집 안 가구들은 장정 여럿이 붙어도 옮기기 어려울 만큼 무거웠다.

땡볕에 땀범벅이 된 경찰관들은 비탈길에서 피아노를 옮기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대전경찰청 기동대 소속 박성준 경장은 “내 집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대전 서구 용촌동에 자원봉사자들이 집기류를 옮기고 있다. 2024.7.12./뉴스1 ⓒNews1 허진실 기자

수해 피해를 본 농가에도 도움의 손길은 이어졌다.

농협중앙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은 수해 피해 중에서도 농가를 중심으로 복구 작업을 도왔다.

이번 폭우로 대전에서는 서구 인근 186 농가에서 72.43ha의 농지가 수해 피해를 입었다.

봉사자들은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을 헤치고 하우스에 들어가 망가진 농기구를 연신 빼냈다.

내부는 기름과 퇴비가 섞여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봉사자들은 힘든 내색 없이 밝은 얼굴로 주민들을 도왔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앞에선 농민 이 모 씨(63)는 “이걸 어떻게 치우나 막막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농협중앙회 소속 박준영 과장은 “농민들은 집뿐만 아니라 생계인 한 해 농사도 망쳐 황망함이 더할 거라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영농활동을 재개해 일상으로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전 서구 용촌동 등 수해 피해지역에 지자체, 경찰, 시민단체 등에서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돼 유실물 수습, 가옥 내 토사 제거 등 작업을 벌였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