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게 해준다더니" 탈북 여성 감금·음란채팅 강요한 60대
[사건의 재구성] 탈북 아내와 공동 범행…수년 간 성폭행도
법원 "인간 존엄성 훼손"…징역 18년 확정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3년 열심히 일하면 한국으로 보내줄게"
A 씨(63)는 지난 2017년, 중국 청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B 양(당시 18세)에게 일자리를 약속하며 이같이 말했다. B 양은 돈을 벌기 위해 이제 막 북한에서 탈출한 상태였다. A 씨를 믿고 따라 나선 B 양은 이후 3년 동안 감금돼 성착취를 당했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국내에서 생활하던 A씨는 지난 2010년 북한 이탈주민 C씨와 결혼했다. 생활이 곤궁해진 부부는 탈북 여성들을 이용한 돈벌이를 계획했다. 탈북 여성이 한국어가 가능하면서도, 중국 공안에 적발되면 북한으로 압송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노렸다.
탈북 여성에게 화상 채팅으로 음란한 행위를 시켜 돈을 벌기로 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C씨가 화상 채팅 사이트를, A씨는 중국에 집을 마련했다.
브로커를 통해 탈북 여성을 소개받은 A씨는 돈을 벌게 해준다는 말을 믿고 따라온 탈북여성들을 집에 가뒀다. "밖으로 나가면 중국 공안에게 잡혀간다"고 협박하며 화상채팅을 강요했다.
여성들은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남성들에게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거나 음란행위를 하고 포인트를 지급받았다. A씨는 여성들이 벌어들인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해 이익을 챙겼다. 3명의 피해 여성들이 7년 간 벌어들인 돈만 8억 5000여만 원에 달했다.
여성들은 관리자들의 감시를 받으며 일했다. 지시를 거부하면 폭행을 당했다. 밖에서 문을 잠가 탈출은 꿈도 못꿨다.
성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20살에 붙잡힌 한 탈북여성은 23살이 될 때까지 100회 이상의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지던 A씨의 범행은 공안에 적발되면서 끝이 났다. A씨는 인민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징역살이를 했다.
이어 음란 화상 채팅 사이트를 수사하던 국내 수사기관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성적착취유인, 영리유인, 음란물유포, 강간 등 혐의가 적용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탈북해 궁박한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을 자신의 경제적 이득과 성적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 내지 성적 노리개로 삼아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범죄 수익금 중 일부인 4억 2520만 원을 추징했다.
A씨는 중국에서 복역한 기간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진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에서도 1심 형량이 유지됐고, 최근 A씨는 징역 18년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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