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하자는 동급생 찾아가 살해한 여고생, 끝까지 '우발적' 주장
폭행 사실에 "그냥 쳤을 뿐…'죽인다' 폭언은 언어습관"
피해자 언니 외출까지 1시간 기다린 뒤 집 안에서 범행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절교하자는 말에도 계속 집착하다 동급생을 목 졸라 살해한 여고생이 항소심에서도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점과 범행 후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범죄임에 초점을 두고 추궁을 계속하고 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는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양(18)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속행했다.
이날 A 양은 평소 피해자 B 양에게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한 사실은 없다며 공소사실을 일부만 인정한다고 말했다. '우산으로 때리는 등 폭행한 사실이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한번 친 적은 있다. 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A 양은 또 B 양을 살해한 뒤 방 안에 있던 B 양의 아이패드 비밀번호를 해제하려 시도한 사실에 대해 "전화가 계속 와서 전원을 끄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A 양이 자신과 나눈 메시지 등을 삭제하려 한 행동으로 봤으나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또 범행 전 동급생들에게 '살인자가 돼도 친구 할 수 있냐'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살해할테니 이상한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재판부도 범행 당시 피해자 언니가 외출할 때까지 계단에서 1시간가량 기다린 점, 평소 ‘죽인다’는 말을 반복한 점 등에서 계획범행 여부에 초점을 두고 A 양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A 양은 “집까지 찾아가는 게 망설여져서 기다렸고 언니와 함께 있었는지, 외출했는지는 들어가기 전까지 몰랐다”며 “죽으라거나 죽인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언어습관이 나빴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오래전 피해자가 알려줬으나 외우고 있지는 않고 사용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을 마치고 오는 6월 5일 유족의 법정 진술을 들은 뒤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편 A 양은 지난해 7월12일 낮 12시께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대전 서구에 있는 동급생 B 양의 집을 찾아가 B 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버리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공장 초기화한 A 양은 112에 전화해 “만 17세이고 고등학교 3학년인데 살인하면 5년 받느냐. 사람 죽이면 아르바이트도 잘 못하고 사느냐. 자백하면 감형되느냐”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1심은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서도 "진지하게 반성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소년범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선고했다.
kjs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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