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양 참변' 운전자 또 12년형…유족 "고통 늘리는 판결"(종합2보)

"비극 반복되는 것 막으려 엄벌 탄원한 것" 울분
항소심 법원 ‘불법성 크다’면서도 형량은 그대로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 4명을 차로 덮쳐 1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가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3.4.1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허진실 기자 = 대낮부터 만취해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돌진해 9살 배승아양을 숨지게 한 60대가 16일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자 유족이 "고통을 늘리는 판결"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병식)는 이날 민식이법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사·상), 도로교통법위반,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A 씨(66)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판결 선고 뒤 유족은 "굉장히 실망스럽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흐름에 사법부는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판결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생각이 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음주운전 사고가 계속 일어나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에 엄벌을 탄원한 것"이라며 "재판 내내 힘들었고 재판 결과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법원에 가서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법원을 오히려 규탄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후 2시21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교차로에서 만취 상태로 SM5 승용차를 몰다 어린이보호구역 인도로 돌진, 배양을 비롯해 길을 지나던 초등생 4명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배양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 만에 숨졌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전치 2주~6개월의 상해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불행한 사고를 막고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정책적 결과로 반영된 것”이라며 민식이법 개정 취지를 설명하면서도 검찰 구형보다 낮은 징역 1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유족은 “가해자에게 유리한 재판”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형량이 가볍다고 항소한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A 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항소를 살핀 2심 재판부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상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의 귀책으로 사고가 발생해 불법성이 큰 경우 벌금 500만 원부터 무기징역까지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법 취지를 설명하면서도 A 씨에 대한 형량을 달리 정하지는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당일 지인들의 만류에도 음주운전을 했고 사고 현장까지 도로에 멈춰있거나 급가속해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운전을 절대 해서는 안되는 상태였다"며 "차량에 의한 사고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에서 어린이 4명에게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과 불법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과 피해자 가족들은 큰 고통과 슬픔에 시달리며 같은 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이밖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종합보험에 가입해 손해 보전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아파트를 처분하는 등 피해 회복에 진지하게 노력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kjs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