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진압 가능' 산불 진화헬기 도입하고도 왜 속수무책?
산림청 美 S-64 4대 등 총 5대 도입…출동은 단 2차례
S-64 제작사 교관 부재도…주간 산불진화 위주 운용
- 박찬수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15일 일출과 동시에 헬기 4대가 강원 철원군 김화읍 읍내리 비무장지대(DMZ) 인근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섰다.
전날 낮 12시34분 발생한 산불을 끄지 못한 채 일몰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7시 50분 기준 진화율은 85%. DMZ의 특수성 때문에 인력 대신 헬기 만으로 진화를 해 대응 시간이 오래 걸린데다 날이 어두워져 작업이 중단됐다.
야간 진화헬기 투입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대목이다.
16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에 진화헬기가 투입되는 비율은 약 72%(최근 5년 평균)를 차지한다. 초기 진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야간에는 안전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진화헬기를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산불현장에 투입된 진화헬기는 해가 지면 철수 해야하고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야간에는 지상진화인력을 활용해 방화선을 구축해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이 현재 확보한 야간진화헬기는 S-64(에어크레인, 디지털타입)헬기 4대와 국산 수리온 헬기 1대 등 총 5대다.
산림청은 2018년 미국산 S-64(에어크레인)헬기 4대를 추가 도입했다. S-64 담수량은 8000리터, 1회 진화면적 2400㎡(720여평)의 대형 헬기다.
야간비행 필수장비인 내부 조명시설, 계기비행장비 등 야간운항기준에 적합한 기종이다.
그러나 야간에는 주간과 달리 고압송전선과 같은 각종 비행 장애물, 조종사 비행착각 등을 유발하는 위험요소가 산재돼 있다.
따라서 반드시 임무 투입 전 주·야간 정찰 비행, 기상조건, 계기비행자격 유지 및 야간투시경(NVG) 착용 비행훈련 이수, 유지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산림항공본부 야간비행 특별지침에 따르면 야간비행을 위한 기상 조건은 평균풍속 초속10m 이내, 시정 5km 이상, 관측 구름높이(운고) AGL(지표면)에서 600m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같이 까다로운 조건은 물론 경험 축적 및 기량이 확보되어야만 야간 산불진화가 가능한 만큼 현재 S-64는 주간 산불진화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현재 야간 산불진화에 투입하지 못하는 것은 교육 문제 때문이다. 야간 투시경(NVG) 비행을 위한 제작사의 교관 부재에 따른 것이라고 산림청은 전하고 있다. 산림청은 현재 야간비행을 위한 교관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다.
항공 선진국인 미국도 야간 산불 진화 작업에 헬기를 투입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 들어서야 야간산불진화 교관 양성을 하기 시작했다.
야간 진화가 가능한 국산 헬기로는 2018년 5월 영암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된 수리온이 있다. 수리온 헬기의 경우 탱크에 2000ℓ의 물을 담아 최대 시속 240㎞로 비행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수리온 헬기 야간비행 가능 조종사는 6명이다. 산림청은 향후 추가 도입 시 제작사에 야간비행과목을 교육훈련에 반드시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산림청 야간 진화 헬기 출동 사례는 2020년 안동 산불,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등 단 2차례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까다로운 규정에 따른 결과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5대를 확보한 만큼 교육훈련 등을 통해 야간진화헬기를 보다 적극 활용토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cs42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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