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목숨 끊은 수용자… '1400만원 국가배상' 확정

'상해치사' 10년형 확정 닷새 뒤 처방약 과다 복용해 사망
1심 '주의의무 위반' 2100만원 배상 이어 2심도 원고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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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자살기도 전력이 있는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임수정)는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씨(30) 모친 B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약 72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2심을 심리한 끝에 피고가 원고에게 1400만 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강제 조정했다. 사실상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셈이다.

법원의 이 같은 조정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배상금 지급 결정이 확정됐다. 강제 조정은 이의가 없을 때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교정시설 내 수용자 죽음에 대해 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지난 2010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나온 매우 드문 사례다.

앞서 대전에서 보도방을 운영하던 A 씨는 함께 일하던 B 양(16)을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한 뒤 방치해 결국 뇌출혈 합병증으로 숨지게 한 상해치사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수용됐다.

그러나 A 씨는 수감 직후부터 정신질환 진단에 따라 수면제 등 약물을 받아 복용했고, 대전교도소에 있을 땐 약물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후 충주구치소로 이감된 A 씨는 한동안 큰 말썽 없이 지내 왔으나, 2020년 12월 10일 상고 기각으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곤 몰래 모아 둔 약물을 이용해 닷새 뒤 스스로 죽음에 이르렀다.

B 씨는 2022년 4월 '국가에 A 씨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사망에 다른 위자료 등을 합한 약 7200만 원에 지연이자를 더해 지급해 달라는 게 청구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약 10개월간 이 사건을 살펴본 뒤 '교정시설에서 A 씨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시설 관리자는 피구금자 생명과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고, A 씨는 우울증 자살 충동으로 주의깊은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며 "의료과 소견과 심리상담 결과를 알고도 관찰을 강화하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된다"고 배상책임 근거를 설명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A 씨가 교도관 감독을 피해 다량의 약을 숨겨왔다는 점에서 책임 범위를 10%로 제한해 약 2192만원과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판단을 통해 배상 범위가 다소 줄었을 뿐 책임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kjs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