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아이 돌본다"며 후원 받은 아빠, 알고 보니 사기꾼

공중파 방송 출연 30대…5명에게 투자·혼인빙자 사기
피해자들 "사기꾼과 그 가족, 사과 한마디 없어"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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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태진 기자 = 백혈병을 앓는 어린 아이를 돌보는 아빠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후원을 받은 30대 A씨가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하며 투자 및 혼인빙자로 3억원대 사기를 치다 교도소에 수감됐다.

A씨가 경찰 조사부터 대전지법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때까지 금전적 피해 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어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다.

3일 법조계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는 재력가 행세를 하며 지자체가 발주하는 사업 투자 명목으로 5명으로부터 3억3000여만원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2월21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특히 피해자 중 2명에게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면서 쌓은 신뢰관계를 이용해 파렴치한 사기행각을 벌였다.

A씨는 2021년 5∼9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C씨에게 "(나는) 지자체 군부대에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CMB네트워크' 대표이고 직원이 17명"이라며 "직원이 조달 계약을 잘못해 900만원 정도 부족하니 돈을 빌려주면 곧 들어올 돈이 있으니 바로 갚겠다"고 C씨를 속였다.

C씨는 서울 반포자이 아파트를 소유한 법인의 대표라고 소개하고, 고급 외제차를 타는 등 상당한 재력이 있는 미혼 남성인 것처럼 행세한 A씨를 믿고 5700여만원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했다.

또한 A씨는 2022년 2월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D씨에게 "8억원이 넘는 공사에 투찰하기 위해 많은 현금이 필요한데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다"며 "여윳돈을 빌려주면 1~2달 안에 반드시 갚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에게 속은 D씨는 2022년 3월까지 총 3000여만원을 빼앗겼다.

A씨는 관급공사에 투찰할 계획 없이 개인 생활비 등에 사용할 요량이었을 뿐이고 별다른 수입이나 재산이 없어 D씨 등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제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들 중 한 피해 여성은 A씨가 자신에게 "자신의 형이 경찰이었는데 죽었고 조카들과 형수를 (자신이) 책임지고 있다. 구리에 집이 있고 반도지구에도 집이 있다. 형수는 의사"라고 속였다고 털어놨다.

A씨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혼인빙자 투자 사기 외에도 지인을 통해 알게된 남성들을 상대로 관급공사 투자사기를 치다 덜미를 잡혔다.

A씨는 2018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약 3년간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2군 작전자령부 네트워크 구축사업 투자', '옥천군 주정차 단속 시스템 구축공사 투자', '농업촌 CCTV 구축공사 투자' 등의 명목으로 E씨로부터 총 1억8900여만원을 받아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2021년 12월10일부터 21일까지 4회에 걸쳐 F씨에게 접근해 "내가 운영하는 회사에 대형 계약 건이 있는데 투자자가 갑자기 투자를 철회해 4000만원이 부족하다"며 "계약 성사 후 대금이 들어오면 돈을 변제하겠다"고 속여 4800만원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추가됐다.

이 밖에도 A씨는 2021년 10월 G씨에게 접근해 남동생의 민사소송에 관해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며 선임료 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있다.

하지만 A씨가 소개해 주겠다던 변호사는 실제 변호사가 아닌 A씨의 지인이었고, 처음부터 A씨가 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변호사 행세를 하며 G씨를 속였다.

한 피해자는 "(A씨가) 강남에 거주하고 형이 죽어서 그 아이를 내가 키우는 것이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식의로 사기를 쳤다"며 "(A씨가 전처와 낳은) 첫째 딸은 정상, 둘째 아들이 백혈병이고 전처에게 생활비를 지급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전처가 (A씨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얽히기 싫다는 식으로 대화를 피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 부모는 A씨가 구치소에 있을 때 '내 논 자식이다', '우리 아들은 그러지 않았다. 범죄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검사가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을 했는데도 A씨와 그 가족은 내가 보낸 합의 여부를 묻는 장문의 메시지를 받고도 답이 없었고 오히려 지금 와서 무슨 합의냐고 따지고 들었다"고 했다.

또 "2022년 7월에 사기죄로 체포됐는데, 이전에도 가족들은 A씨가 사기를 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분노했다.

A씨는 2년 전 한 공중파 방송에서 백혈병을 앓는 유치원생 아들, 아내와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다.

A씨는 지난 4월5일 항소심에도 같은 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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