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의회, 여야 대치 속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대' 결의
민주 "역사 정통성 말살 중단" vs 국힘 "야당이 정치·이념화 분열 조장"
- 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대전 중구의회가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선 이슈인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야의 팽팽한 대치 속에 표결을 거쳐 결의안이 가결되며 진보·보수 진영 간 첨예한 갈등을 표출했다.
중구의회는 20일 제252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대 결의안’을 심의했다.
유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2018년 3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이 육사에 세워진 것은 국군의 역사적 정체성이 독립군·광복군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고, 홍 장군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모든 정부에서 독립유공자로 예우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는 홍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어 흉상을 이전하려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국방부는 잠수함 ‘홍범도함’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고, 최근 이장우 대전시장은 국립대전현충원 앞 ‘홍범도장군로’(명예도로) 폐지를 시사했다”며 “흉상을 세운 지 5년만에, 홍 장군의 유해를 먼 이국 땅에 모셔온 지 2년만에 벌어진 이번 사태는 역사의 정통성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김석환 의원은 이의를 제기, “현 정부는 홍 장군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업적은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야당에서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정치화·이념화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흉상이 설치돼 있는 육사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 국방부와 이전을 검토한 것이고,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없다”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또한 “결의안을 상정하기 전에 의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없이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왔다. 일부의 의견이 중구의회 의견으로 대내외에 공포돼선 안 된다”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결의안 채택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결국 윤양수 의장은 결의안 채택 여부를 표결에 부쳤고, 전체 11명의 의원 중 민주당 5명과 무소속인 윤 의장이 찬성표(6표)를 던져 1표차로 가결됐다.
반대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의원 5명은 씁쓸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찬성측 의원들만 본회의장에서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놓고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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