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의회 '글로벌아카데미' 예산 삭감 놓고 여야 갈등

2차 추경 8억2000만원 반영 안돼…공공형 외국어 교육기관 설립 제동
“행정절차상 문제” vs “예산 낭비 우려” 이견

13일 대전 동구의회 제27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철용 의원이 동구 글로벌아카데미 예산 삭감과 관련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News1 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대전 동구의회가 박희조 구청장(국민의힘)의 주요 공약인 ‘동구 글로벌아카데미 설립’ 관련 예산을 삭감한 채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를 두고 여야가 설전과 신경전을 벌이며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동구의회는 13일 제274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당초 예산액 대비 2.39%(179억1813만원) 증가한 7663억7999만5000원 규모의 2023년도 제2회 일반 및 특별회계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런데 이번 추경안에서 글로벌아카데미 설립 실시설계용역 4억5000만원과 글로벌아카데미 설립 추진에 따른 구문화원·구체육회 등 이전 실시설계용역 3억7000만원 등 8억2000만원은 감액돼 내부유보금으로 전환됐다.

가칭 ‘동구 글로벌아카데미’는 대전 동서(東西) 교육격차 해소와 미래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형 외국어 교육기관으로 지난 3월부터 대전세종연구원에 의뢰해 구체적인 설립계힉과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용역(6500만원 소요, 이달 4일 완료)을 진행하는 등 야심차게 추진하려 했지만 예산 삭감으로 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 박철용 의원은 신상발언에 나서 “민선 8기 제9대 의회가 여야 5대 5로 구성돼 잘 소통이 되지 않고 주요 안건이 부결돼 안타깝다”며 “글로벌아카데미는 동구 교육환경 개선의 초석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녀 초당적으로 협력해 하루라도 빨리 설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예산 삭감으로 조속한 추진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구민의 삶이 담긴 예산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민주당의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며 민주당을 성토하는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13일 대전 동구의회 제27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세은 의원이 신상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 박영순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News1 최일 기자

그러자 민주당 김세은 의원은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신상발언을 신청했고, 박영순 의장(국민의힘)은 직권으로 이를 불허했다.

이에 발끈한 김 의원은 “의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박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구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의회에 입성한 모 의원이 예산 심의 과정에 ‘행정상 잘못이 있으니 공무원이 와서 읍소하고 간절히 빌면 예산을 통과시켜 주겠다’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며 야당을 겨냥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 8월 중순 미리 입지(동구문화원이 입주해 있는 가오동 옛 국제화센터)를 선정하고 예산안을 편성한 절차상의 문제 △2020년 15억원을 들여 가오동으로 이전해 온 동구문화원 재이전에 따른 예산 낭비 △북부권 학생들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위치의 적정성 문제를 들어 글로벌아카데미 설립에 보다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cho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