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값싼 촉매로 간단하게 항생제 만드는 기술 개발
- 김태진 기자
(대전=뉴스1) 김태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값싼 촉매로 간단하게 항생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KAIST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이 경제적인 니켈 기반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로부터 항생제 원료물질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이후 1945년 영국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이 베타-락탐으로 불리는 고리 화합물이 페니실린을 구성하는 주요 구조임을 밝혀냈다.
베타-락탐은 탄소 원자 3개와 질소 원자 1개로 이뤄진 고리 구조(4원환 구조)로 페니실린 외에도 카바페넴, 세팔렉신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이기도 하다.
페니실린 구조 규명 덕분에 인류는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를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베타-락탐 합성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베타-락탐은 카이랄성(거울상 이성질성)을 지닐 수 있는데,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나 개수가 같아도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내는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시판 베타-락탐 의약품은 유용성을 가진 유형만 선택적으로 제조하기 위해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보조제를 추가로 장착시킨다. 합성 단계가 복잡해지고, 제조 단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보조제 제거를 위해 추가로 화학물질을 투입해야 해서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값비싼 이리듐 촉매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하게 존재하는 니켈 촉매를 이용해 제조가 까다로운 베타-락탐을 카이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시판 공정에서는 항생제 합성에 필요한 베타-락탐 원료를 8단계에 거쳐 합성했으나, 연구팀이 제시한 촉매반응은 보조제 장착 및 제거 과정이 필요 없어 약 3단계 정도로 절차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특히 원료물질에 비해 합성된 물질은 시장 가치가 700배가량 높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앞서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9년 탄화수소로부터 합성 가능한 다이옥사졸론과 새로 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카이랄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당시 5원환 구조인 감마-락탐은 카이랄 선택적으로 합성했으나 4원환 구조의 베타-락탐을 합성하지는 못했다. 또 이 반응을 위해서는 값비싼 이리듐 촉매를 써야 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밖에 연구진은 천연물 등 복잡한 화학 구조의 물질에 베타-락탐 골격을 높은 정확도로 도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 의약품 합성 전략보다 간단하게 후보 약물이 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상원 전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차세대 연구리더(공동교신저자, 現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니켈과 다이옥사졸론의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니켈-아미도 중간체가 베타 위치의 탄소와 선택적으로 반응해 원하는 베타-락탐 골격을 얻을 수 있다”며 “두 가지 유형의 카이랄 베타-락탐 중 한쪽만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골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장석복 단장은 “페니실린, 카바페넴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손쉽게 합성해 냈다”며 “유용 물질의 합성과정을 간소화해 산업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후보물질 발굴도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권위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온라인 판에 이날(25일, 한국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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