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만년 전 북대서양 냉각화로 유럽은 '무인 지대' 됐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 국제공동연구서 결론
- 김태진 기자
(대전=뉴스1) 김태진 기자 = 약 112만 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의 냉각화 현상과 그에 따른 기후‧식생‧식량 자원의 변화가 당시의 유럽을 ‘무인 지대’로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 연구팀이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에서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11일 밝혔다.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앙 유라시아로 이주했다. 이후 중앙 유라시아에서 서유럽으로 점차 거주지를 확장해 약 150만 년 전 이베리아반도(남유럽)까지 도달했다.
조지아,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고대 인류의 이주와 서식 시기를 설명하는 시대별 화석 증거들이 발견됐다.
그러나 110만~90만 년 전 사이 고대 인류가 유럽에 거주했다는 화석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호모 에렉투스가 계속 유럽에 터전을 두고 거주했으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약 120만 년 전부터 증가한 강도 높은 빙하기로 인해 유럽 거주가 잠시 중단되었는지에 대해 학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유럽의 초기 인류가 경험한 환경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200만 년에 걸친 고기후-인간 서식지 모델 시뮬레이션과 포르투갈 해안의 ‘U1395’ 해저 지역에서 습득한 심해 퇴적물 코어 자료를 결합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인구 감소 현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전후의 기후 및 식생을 재구성했다.
특히 연구진은 해양퇴적물 코어에 저장된 작은 식물 화분(꽃가루)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작은 해조류에 남겨진 유기 화합물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에서 112만7000여 년 전 약 20도 정도이던 동부 북대서양 인접 지역의 수온이 7도까지 낮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빙하기 종료 시점에 나타나는 '한냉기' 현상의 증거가 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가 남·서유럽의 식생을 초기 인류가 거주하기 부적합한 반사막(사막과 유사하나 강수량이 많은)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고 분석했다.
한냉기 현상은 약 4000년 동안 지속됐다.
이어 연구진은 초기 인류가 급격한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한냉기 기간에 대해 또 다른 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인류의 서식 적합성이 50%가량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호모 에렉투스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찾기 위해 화석 및 고고학적 증거를 기후 데이터와 연결한 첫 번째 연구다.
연구진은 한냉기 시기 호모 에렉투스는 남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약 90만 년 전 유럽 인구는 증가한 빙하 상태에 더 잘 적응한 호모 안테세소르 집단에 의해 다시 인구가 증가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북대서양 온도 변화는 남유럽의 식생과 인간의 식량 자원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연구는 인류 역사가 과거 기후변화에 의해 형성됐다는 증거에 한 줄을 덧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1일(한국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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