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촬영하듯…韓 찰나의 '물질 성장기' 중간체 세계 첫 포착

기초과학연구원, 탄화수소 아민화의 핵심 '전이금속-나이트렌' 구조 규명
제약·소재분야 질소화합물의 차세대 촉매 개발에 쾌거…'사이언스' 게재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 포착(IBS 제공)/뉴스1

(대전ㆍ충남=뉴스1) 김태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최초로 포착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 연구팀은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고부가가치의 물질인 질소화합물로 변환시키는 화학반응에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전이금속-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반응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아이는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다. 화학반응도 반응물에서 생성물이 생겨나는 일종의 성장 과정에서 중간 단계인 ‘중간체’가 만들어진다.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의 청소년기와 달리 화학반응 도중 빠르게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중간체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질소화합물은 의약품의 약 90%에 포함될 정도로 생리 활성에 중요한 분자로, 제약뿐만 아니라 소재, 재료 분야에서도 중요한 골격이 된다.

현대 화학자들이 석유·천연가스 등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질소화합물로 바꾸는 아민화 반응(질소화 반응)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촉매반응은 용액 상태에서 이뤄진다. 용액 내 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전이금속-나이트렌과 같이 빠르게 반응하고 사라지는 중간체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고체상태의 시료에 빛을 쬐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단결정 엑스선(X-ray) 회절 분석을 통해 관찰하는 광 결정학 분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로듐(Rh) 기반 촉매를 새롭게 제작했다. 이 촉매와 다이옥사졸론 시약이 결합한 복합체는 빛을 받으면 탄화수소에 아민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이금속-나이트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포항 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을 활용한 광 결정학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관찰된 적 없는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성질을 세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가 다른 분자와 반응하는 과정도 광 결정학으로 분석했는데, 이는 고체 시료에서 화학 결합이 끊어지며 중간체가 생성되고 중간체가 다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마치 카메라가 사진을 찍듯이 포착했다는 의미다.

왼쪽부터 장석복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공동 교신저자), 김동욱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위원(공동 교신저자), 정회민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박사후연구원(제1저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IBS 제공)/뉴스1

장석복 단장은 “그간 존재가 제안됐을 뿐 입증된 적 없는 아민화 반응의 핵심 중간체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며 “현재 밝혀낸 로듐-아실나이트렌 중간체의 구조와 친전자성 반응성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에서 쓰이는 차세대 촉매 반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 판에 이날(한국시간 21일) 게재됐다.

memory44444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