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들어갔는데 퇴원하라뇨" 병원파업에 환자들 분통
보건의료노조 파업 충남대병원 인력 67%가 노조원…환자들 불만
의료공백 현실로...대전 다른 병원들은 큰 혼란 없어
- 허진실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응급실까지 다녀왔는데 퇴원하라니 어쩌죠. 상황 보고 다시 입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첫날인 13일 오전 대전 중구 충남대병원 곳곳에는 파업으로 인해 일부 진료를 축소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앞서 전날 충남대병원은 환자들에게 전화를 통해 13~14일 이틀간 긴급 상황을 제외한 일부 수술 일정과 외래진료 예약을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내원객은 크게 줄었지만 대부분의 과에서 외래 진료를 진행하지 못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정형외과의 경우 아예 문이 닫혀 진료를 하지 않고 있었고, 흉부외과는 예약 진료는 진행했지만 당일 접수는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당일 접수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환자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료 공백에 우려를 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충남대병원을 30년 넘게 다니고 있다는 박모씨(80)는 “6가지 약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어야 하는데 하필 파업일에 약이 떨어졌다”며 “다행히 내분비대사과에서는 약 처방을 위해 일부 진료를 한다고 해 한숨돌렸다”고 말했다.
간호 인력이 부족해 환자들이 조기 퇴원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충남대병원은 전날부터 상태가 양호한 환자를 우선적으로 조기 퇴원시키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호흡기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일반 병실에 입원 중이었다는 김모씨(70) 역시 병원으로부터 퇴원을 권유받았다. 딸 이모씨(30)는 “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호흡기말고는 달리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불안하다”며 “파업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시 입원을 할 계획”이라고 걱정했다.
간병인 이모씨(68)는 “콧줄로 영양섭취를 하고 있는 1인실 환자를 맡고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퇴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같은 층에 있는 다른 많은 환자들이 퇴원 권유를 받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전체 병원 인력 중 67% 정도가 노조원으로 그중 1000여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정상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충남대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전지역 의료현장에서는 큰 혼란은 없었다.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내일 협상이 다시 진행될 예정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환자를 이동시키거나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총파업에 참여해 상경한 노조원 대부분이 비번이거나 연차 사용자로 파악되고 있다”며 “예상되는 의료 공백이 크지 않아 평소처럼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선병원 관계자는 “노조에 가입한 직원이 많지 않아 진료에 지장은 거의 없다”며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진료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총파업에는 전국 18곳의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145개 의료기관(조합원 수 6만4257명)에서 4만5000명 안팎의 인력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대 5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 △의사 인력 확충·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충남세종 지역에서는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단국대병원, 대전보훈병원, 대전선병원, 천안의료원, 공주의료원, 홍성의료원, 서산의료원, 적십자 혈액원, 중부혈액검사센터 등 13개 지역 의료기관에서 4500~50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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