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대전학비노조, 순환파업 계속 급식중단 왜?
방학 비근무자 연간근무일수 확대·조리원 배치기준 완화 등 요구
대전시교육청과 2019년 단체협약 체결 후 5년째 갱신안 합의 못해
- 허진실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지난 15일 대전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대전학비노조)가 순환파업를 선언해 일부 학교에서 급식이 멈추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파업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주요 쟁점사안을 두고 대전학비노조-시교육청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파업이 길어질수록 급식 중단 기간·학교가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파업과 관련한 주요 쟁점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대전학비노조 왜 또 파업했나.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파업은 전국 학비노조에서 임금 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나선 총파업이다. 전국에서 동시 진행된 이 파업은 지난 4월 교육부와 전국학비노조가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대전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임금을 제외한 근로조건이다. 근로조건은 각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대전학비노조와 시교육청은 2019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 5년째 갱신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현재 대전학비노조의 요구안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방학 중 비근무자 연간 근무일수 320일 확대, 둘째 상시근무자 자율연수 10일 부여, 셋째 조리원 배치 기준 완화다.
-방학 중 비근무자의 근무일수를 왜 늘려달라고 하는가.
▶방학 중 비근무자 는 말 그대로 방학 기간에 출근하지 않는 근무자를 말한다. 학교 급식실 조리원, 특수교육실무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직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교육공무직은 현재 연간 280~300일가량을 근무할 수 있다.
현재 대전학비노조는 전 직종의 연간 근무 일수를 320일까지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방학 중에 급여가 없어 생계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고, 같은 직종임에도 근무지에 따라 근무일수와 임금총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학 중에는 부과할 업무가 없으므로 근무 기간을 늘릴 수 없다는 이유다. 또 인천시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근무기관 및 직종에 따라 다른 근무일수를 부여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현재 대안으로는 개학준비일로 6일 이내로 근무일수를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왜 상시근무자에게 자율연수 부여하라고 요구하나,
▶상시근무자란 방학과 관계 없이 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예로 행정실무원, 영양사, 유치원방과후전담사, 돌봄전담사가 있다.
대전학비노조는 이들이 학교 근무 인원의 절반 정도가 출근하지 않는 방학에도 일을 하며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이들이 피로를 회복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연간 10일의 자율연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상시직근무자의 자율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 또한 수용할 수 없다고 본다. 자율연수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라 방학 중에 교원들에게 시행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 휴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연차, 병가, 학습휴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급식실 조리원 배치 기준은 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대전학비노조는 조리원 1인당 식수인원을 96명까지 줄여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대전에 있는 학교의 조리원 1인당 급식인원은 113명으로, 전국 평균인 109명보다 높은 편이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 평균 1인당 급식인원은 53.1명으로, 학교에 근무하는 조리원들의 업무량은 상당한 편이다. 또 전체 근무자의 98%가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전국 평균 이하인 107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조정안을 내놨다. 다만 학령인구가 매년 5000명 이상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인력운용의 경직성을 고려할 때 노조 측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대전시교육청은 총액인건비 기준인원과 교부금을 초과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파업 참여 학교 및 급식 중단 학교 현황은.
▶시교육청에 따르면 16~31일 파업에 참가한 관내 학교는 28개교(초 15, 중 10, 고 2, 특수 1)로 133명이 참가했다. 31일에는 총 9개교(초 7, 중 1, 고1)에서 노조원이 파업에 동참했으며 5개교에서 급식이 멈췄다.
다만 파업 참가 학교라해서 모두 급식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마다 배치된 조리원 수도 다르고 파업 참여 인원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가장 오랫동안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대전 중구의 한 초등학교로, 학생들은 31일 기준 11일째 도시락 지참 및 대체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파업은 언제쯤 끝날까.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급식 중단 사태는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6일 대전학비노조와 대전시교육청 부교육감 간의 만남이 이뤄졌으나 교섭은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대전학비노조는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30~31일 집중 투쟁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학교별 순환파업을 지속하고 현장에서 준법투쟁 등을 병행해 투쟁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교육공무직들의 복지 및 근로조건 향상 등 대안적 접근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zzonehjs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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