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학비노조 파업에 속상한 학부모들…“2주째 도시락 먹고 있어요”
시교육청-학비노조 타협점 못찾아 파업 장기화 조짐
학부모들 “아이들 볼모로 삼는 거 같아 안타까워”
- 허진실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26일 오전 11시40분 대전 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실은 금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배식구 앞에 일렬로 줄을 서 점심을 배식받았다. 그러나 점심을 받고 돌아서는 아이들의 손에 들려있는 건 급식판이 아닌 도시락이었다.
앞서 지난 15일 대전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는 5년째 표류 중인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순환 파업에 돌입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파업으로 관내 파업 참여 학교 13개교(초 7, 중 6) 중 8개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급식이 나오지 않는 학교의 학생들은 각자 도시락을 지참하거나 외부업체의 도시락을 먹는 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하루에 230여 명 정도가 급식을 먹는 이 초등학교는 조리원 2명 중 1명이 돌아가며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 탓에 학생들은 벌써 2주 가까이 점심으로 단가 6000원의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날 도시락에는 돈가스, 탕수육, 소불고기, 제육볶음, 볶은 김치, 마카로니샐러드, 밥이 담겨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치킨마요덮밥(월), 스팸볶음밥(화), 떡갈비·새우튀김(수), 소불고기(목) 도시락이 제공됐다.
학부모들은 한창 성장할 시기의 아이들이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조리원분들의 노동강도가 결코 낮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파업을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며 “하지만 올해 이미 한 차례 파업을 하지 않았나. 어른들의 싸움에 아이들을 끌어들여 밥을 볼모로 삼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5월에 시작된 파업이 6월까지 이어지려고 한다. 2주 넘게 급식이 멈추는 건 너무하지 않냐”며 “학교는 위생과 영양에 문제가 없도록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고 하지만 업체 도시락이 아이들 몸에 좋을 리가 없고 날도 계속 더워지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시교육청과 학비노조가 서로 간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조의 주요 요구 사안은 △방학 중 비근무자 연간 근무일수 320일 보장 △상시근무자 자율연수 10일 보장 △조리원 배치 기준 완화 등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비노조의 요구는 전국에서 인천교육청만 실시하고 있다. 특히 자율연수는 교원에게만 적용되는 제도”라며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만큼 인력과 복지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현재 절충안을 제시하며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석상 학비노조 조직국장은 “지난 2019년부터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5년간 40차례 교섭과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접점을 찾지 못해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zzonehjsi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