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꺼지지 않은 아산 화재, 끄고 보니 불법 폐기물 산더미
폐전선 재활용 업체 1만8000톤 폐기물 보관
허가량 26배 초과…시 “허가취소 여부 검토”
- 이시우 기자
(아산=뉴스1) 이시우 기자 = 지난달 27일 불이 난 충남 아산의 재활용업체는 1만톤이 넘는 불법 폐기물을 보관하다 화재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달 27일 오후 4시 13분께 충남 아산시 둔포면의 한 폐전선 재활용 업체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대응1단계를 발령하고 헬기를 비롯해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3시간 만인 오후 7시께 초진에 성공했지만 완전 진화까지는 45시간이 걸렸다. 소방당국은 이틀 동안 밤샘 진화 작업을 벌여 29일 낮 12시20분께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
소방당국은 빼곡하게 쌓인 폐기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연성 물질이 가득 담긴 톤백 마대 수천 개가 쌓여 있어 포크레인을 동원해 폐기물을 제거하며 불씨를 제거해야 했다.
소방당국은 "해당 업체에서는 지난해도 화재가 발생했었다"며 "폐전선 등 자재가 쌓여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불이 꺼지면서 업체가 쌓아 놓은 불법 폐기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불에 타 무너진 2개동에서 보관 중이던 폐기물은 물론 검정색 차광막으로 덮어놓은 폐기물도 외부로 노출됐다. 불이 난 곳 만 움푹 파였을 뿐 주변에는 톤백 마대에 담아놓은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대부분 전선을 둘러싸고 있던 합성수지들로 구리나 동 등 재활용이 가능한 전선을 제거하고 남은 폐기물이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해당 폐기물은 적정 규모를 가진 시설에 보관돼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에서는 보관 창고는 물론 공장 내 토지 대부분에 폐기물을 2~3중으로 쌓아놨다. 8000㎡에 이르는 공장 면적에 폐기물이 없는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변 업체 관계자는 "폐기물이 창고 외벽을 뚫고 나오면서 붕괴가 우려돼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업체는 허용치를 훨씬 초과한 불법 폐기물을 보관 중이었다. 지난해 아산시가 조사한 결과, 약 1만8000톤의 폐기물이 방치돼 있었다. 허가 당시 업체가 보관할 수 있는 폐기물 양 680여톤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불에 탄 1500톤과 허용치를 제외하고도 1만5000여톤의 불법 폐기물이 남아 있는 셈이다.
앞서 시는 2차례 자진 철거를 명령했고 영업 정지 6개월을 처분하기도 했다. 업체도 철거 계획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는 지난 달 초 업체 대표 A씨를 폐기물 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시 관계자는 "이행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추가 고발을 검토 중인 상황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해당 업체에 대한 청문 절차를 통해 허가 취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전선 재활용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 폐기물을 방치하고 도주하거나 화재로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며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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