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가파그린팜’ 유지영 대표 "금화규를 청양 대표 작물로"
7월 화장품업체 대표 사표내고 귀농
- 김낙희 기자
(청양=뉴스1) 김낙희 기자 = “쉬고 싶다는 남편을 먼저 귀촌지로 내려보냈어요. 먼저 집부터 짓고 자연스레 농지도 사들이면서 귀농으로 이어진 셈이죠. 제 경험을 녹여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고향인 충남 청양군 대치면 상갑리 가파마을로 귀농한 ‘가파그린팜’ 유지영 대표(57)가 중소 화장품업체 전문경영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 농부로 변신한 지 약 2개월 만에 밝힌 포부다.
그는 올해 7월 31일 약 8년간 전문경영인으로 몸담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현재 청양에서 남편 엄대섭(65)씨와 함께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영월로의 귀촌을 꿈꿨던 엄대섭씨는 여전히 쉬지 못하고 있다. 귀촌 전 자영업을 하던 그는 2019년 청양에 집을 짓고 인근에 농지도 사들이며 귀농에 발을 들인다. 즉 선발대 역할을 한 셈이다.
엄대섭씨는 1000여평의 농지에서 아내의 친구 도움으로 선택한 작물인 ‘구기자’를 통해 귀농 이듬해인 2020년 ‘3000만원’, 2021년 ‘3000만원’ 소득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5000만원’을 기대하고 있다.
엄대섭씨는 “아내의 초등학교 동창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농작물 선택, 무농약 농사 방법, 농지 구매 등 여러 방식으로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유지영 대표는 “집을 짓는 데 2억5000만원, 농지 구매에는 1억5000만원이 들었다”면서 “이 금액에서 비닐하우스 시설 비용 등등은 빠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이에 엄대섭씨는 “제가 키운 구기자는 올해 무농약 검사를 마치면 친환경 인증을 받게 된다”면서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마을 어르신들에게 일거리를 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유지영 대표는 청양에서 중학교까지 진학한 뒤 경기 안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원대학교(경기 광주)에서 사회복지학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 화장품 회사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이어가다가 같은 업종 전문경영인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생활권은 주로 서울이었다. 그가 전문경영인 자리에 올라 이끈 이 화장품업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연매출 300억원을 올렸을 만큼 성장을 거듭했다고 한다.
유지영 대표는 “시골은 남편에게 편하게 쉬는 동경의 대상인데, 제 생각은 달랐다”면서 “구기자 시설하우스 옆에 심어 놓은 ‘금화규’가 우리의 인생 2막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영 대표가 내세운 ‘금화규’는 중국이 원산지인 일년생 초본식물로 황금해바라기 로도 불린다. 특히 식물성 콜라겐을 다량 함유해 화장품 업계에서 주목하는 식물이다.
그는 “최근 한 대형 화장품 회사가 약 10만 평 규모로 금화규를 심은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제가 청양에서 처음 금화규를 재배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규모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 금화규의 잎은 분말로 만들어 각종 가공식품 원료로 판매하고 꽃에서는 콜라겐을 추출해 화장품업체에 납품할 계획을 품고 있다. 물론 줄기 등 나머지는 동물용 사료로 거듭난다.
또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가파그린팜’을 농업법인으로 전환하고 대규모 가공·생산시설을 세우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실제 자금력을 갖춘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지영 대표는 “금화규를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대규모 설비라인과 생산시설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화장품 업계에 오래 몸담았기에 판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금화규라는 식물은 대중에게 생소한 식물이지만, 대중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청양은 구기자 산지로 유명한 곳인데, 금화규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남편 엄대섭씨는 “주말마다 어쩌다 내려오던 아내가 매일 곁에 있어 줘 큰 힘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일을 키우는 통에 더 쉬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은 이들 부부가 청양지역 특산물인 구기자, 고추, 맥문동에 더해 앞으로 ‘금화규’를 새로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지켜보면 어떨까.
kluck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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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