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권총강도 어떻게 잡았나…21년 전 DNA '결정적 증거'
경찰, 당시 현장 용의자 흔적 속 증거 분석 노력…'집념' 성과
당시 유전자 감식 한계, 지금은 1나노 크기서도 '정확도 100%'
- 이시우 기자
(대전=뉴스1) 이시우 기자 = 21년 전 대전에서 발생한 장기 미제 사건의 용의자들이 구속되면서 검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전경찰청은 28일 살인강도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한 A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현금수송 차량 내 현금 3억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이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월드컵 개최를 6개월 앞두고 발생한 총기 강도살인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범인을 검거하는데 실패했다. 사건 발생 14년이 지나도록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서 영구 미제 사건으로 종결될 위기에도 놓였었다. 다행히 공소시효 종료를 1년 앞둔 지난 2015년,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수사를 이어갈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21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하면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경찰은 어떻게 20년이 넘은 사건의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었을까. 장기 미제 사건 해결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사건 당시 범행 현장에 남아있던 DNA와 이들의 DNA가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물에서 이들의 유전자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감식은 세포 핵의 DNA를 검사해 개인의 고유한 형질을 찾아내는 수사 기법이다. 범행 당시에도 유전자 감식 기법이 활용됐지만 당시 기술로는 증거물에서 DNA를 검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당시 범행 현장에서는 머리카락 4점과 수염 등을 확보해 유전자 분석을 시도했다. 하지만 범행과는 관련없는 사람의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전자 검사 기술이 크게 발달했다. 현재는 1나노그램(10억 분의 1g) 크기의 세포에서도 유전자를 증폭해 특정 형질을 찾아낼 수 있다. 21년 전 범행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 중 당시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유전자를 현재 기술로는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때에 따라서는 나노그램보다도 더 작은 세포에서도 DNA를 판별할 수 있다"라며 "정확도도 100%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0년 전 경기 안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유전자를 분석해 검거했다. 2001년 9월 8일 오전 3시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연립주택에 침입한 B씨는 자고 있던 부부를 위협해 현금 1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들은 아내를 검정 테이프로 결박하고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피해자를 포박하는데 사용했던 검정 테이프에서 B씨의 유전자를 찾아내면서 해결됐다.
21년 전 발생한 대전 권총 강도 살인 사건 역시 당시에는 찾지 못한 범인들의 유전자를 유전자 증폭 기술을 활용해 발견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20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면서 증거를 모아 분석 노력을 해온 경찰의 집념도 큰 역할을 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확인된 이들의 유전자 정보와 장기간 수사하면서 쌓아 온 방대한 양의 증거를 토대로 이들의 범죄 사실을 밝혀낼 계획이다. 오는 9월 1일 브리핑을 통해 수사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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