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현대제철 재해사고…최근 1년간 8명 사망
10일 오전 2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공장에서 아르곤가스가 누출돼 근로자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현장이 통제된 가운데 회사 관계자와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3.5.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figure>10일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에서 전로(轉爐) 보수공사를 하던 하청업체 직원 5명이 아르곤 가스 누출로 숨진 가운데 이 공장에서 지난해부터 사망 재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동안의 사고 수습과정에서 회사 측이 폐쇄적이고 안이한 대처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당진 현대제철에서 총 8건의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5일 오후 4시 30분께 당진 현대제철 소결현장에서 철 구조물 해체작업을 하던 홍모씨(50)가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숨졌다.
10월 9일 오전 9시 35분께는 전로 제강공장 슬라그 야드장에서 150t 크레인 전원 공급 변경 개선작업을 하던 A씨(43)가 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중 6600볼트 고압 전류에 감전돼 10m 아래로 추락, 사망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오전 11시께 기계설치 작업을 하던 이모씨(56)가 4m 높이에서 떨어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11월에도 무려 3건의 인명피해가 잇달아 발생했다.
2일 오후 5시 15분께 교량 작업을 위해 작업 발판을 설치하던 B씨(53)가 발판이 붕괴하면서 바다로 떨어져 숨진 데 이어 8일과 9일에는 각각 나모씨(43)와 신모씨(33)가 풍세설비와 기계설치 작업 도중 감전 등으로 숨졌다.
올 들어서는 3월 고로 3기 작업을 하던 김모씨(54)가 과로사했으며 이날 새벽 전로 보수공사를 하던 하청업체 직원 5명이 아르곤 가스 누출로 말미암아 질식사한 것이다.
민노총 충남본부 관계자는 이날 논평을 내고 “그동안의 노동자 사망사건 책임은 근본적으로 원청인 현대제철에 있다”며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현대제철에 산재예방사업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했지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현대제철은 미봉책으로 일관했고, 도의적 책임마저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고용노동부도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민노총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당진 현대제철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지만, 천안고용노동지청은 2주간의 현장감독으로 대체했고 그 결과는 이번 사건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원청사인 현대제철은 이날 언론사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고로 사망한 (주)한국내화 직원의 모든 가족과 친지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사고 경위에 대해선 “전날 보수작업 완료 후 작업대 철거과정에서 아르곤 가스 누출로 전로 내부에 산소가 결핍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은 관계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해사고 ‘쉬쉬’ 분위기…늑장대처로 피해 키웠단 의혹도
당진 현대제철의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회사 측의 사고 수습 과정이 폐쇄적이고 대처도 안이하게 이뤄져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해부터 당진 현대제철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 현황을 설명하면서 회사 측의 폐쇄적인 사고수습 과정과 안이한 대처를 문제 삼았다.
민노총은 지난해 9월 5일 철 구조물 해체작업 중 사망한 비계공 홍씨의 경우 노조가 사고 연락을 받은 즉시 조사를 위해 현장에 갔지만, 경비 제지로 출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사고 다음 날인 6일 사고 원인조사를 노조와 함께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흘 뒤인 9일 유족대표에게서 합의가 마무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민노총은 “회사 측에서는 안전사고 발생 시 이를 축소하거나 은폐할 수가 있다”며 “노조도 사고 처리 과정에 참여해 현장을 보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안이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민노총은 지난해 11월 9일 기계설치 작업 중 숨진 신씨 사건의 경우 “(일부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신씨가 사고 직후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구급차는 사고 발생 후 3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고 결국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진 신씨는 수술 도중 출혈과다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이번에도 회사 측은 사고현장을 안전관리 등을 이유로 철저히 통제해 사진조차 찍지 못했다”며 “신씨에 관한 구조 작업이 구급차 도착 후에야 이뤄졌다는 목격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eru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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