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지면 다 죽어" 괴물산불에 기름탱크 앞 사투 벌인 교도관들
청송 제3교도소 쪽 6000L 유류 창고…교도관 20여명 지켜
- 신성훈 기자

(청송=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달 22일 시작된 의성 산불이 25일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향하던 길에 청송교도소가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40분쯤 청송교도소를 둘러싸고 있는 산까지 불이 확산하면서 제3교도소 쪽 6000L 유류 창고로 점차 다가왔다.
청송교도소에는 이런 유류 창고가 총 5개로 모두 3만 1600L의 기름을 보관하고 있으며, 하나라도 터지게 되면 연쇄적으로 모두 터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교도관 20여 명이 소화기와 소화전 호스를 끌어와 유류 창고로 다가오는 거대한 산불에 목숨을 걸고 맞섰으며, 나머지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을 대피시켰다.
산불 진화에 나섰던 A(40) 교도관에 의하면 "담장 너머로 다가오던 산불이 정말 괴물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산불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교도소는 500여 명의 수용자를 먼저 대구교도소로 이송시키고, 나머지 인원들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었다.
이와 함께 4개의 교정시설장은 교정본부와 회의하며 대피계획, 진화계획, 물 사용계획 등을 세우며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한 덕분에 수용인원들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화재를 진화하던 교도관 일부는 기도 화상으로 입원해 치료받고 얼마 전 퇴원했다. 또 한 교도관은 인근 노모의 집이 불에 타는데도 이곳을 지키며 진화 지휘를 했다.
최진규 제1교도소장은 "교도관들이 정말 목숨 걸고 이곳을 지킨 덕분에 큰 인명피해 없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이런 재난을 겪어보니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소화전과 방화복 등 소방시설이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대비할 수 있는 추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송교도소는 경북 북부 제1~3교도소, 직업훈련 교소도 등으로 나누어져 3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1200여 명의 교도관이 근무하는 국내 유일의 중경비 교도소다.
ssh48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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