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잿더미 영덕 해안 '따개비마을' 민박집 주민들 "어찌 사나" 한숨
해안 비탈면 집 철거 장비 투입도 불가능…"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어"
- 최창호 기자



(영덕=뉴스1) 최창호 기자 = "집을 새로 지으려고 하면 불에 탄 집을 철거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지난 25일 경북 의성군에서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한 산불이 영덕군 해안 마을을 덮쳐 영덕읍 노물, 석리, 경정, 대탄리 등 해안마을이 초토화됐다.
30일 산불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5일째 생활 중인 석리(석동) 마을 80대 주민 A 씨는 "두 내외가 여름 한 철 민박집을 운영해 겨우 먹고 살고 있는데 불이 숟가락 하나 남기지 않고 몽땅 태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 씨는 "우리 동네는 해안 비탈에 지어져 있어 장비가 들어갈 수 없다. 철거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고 했다.
노물리 해안에서 회 식당을 해 온 B 씨는 "앞으로가 막막하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영업을 다시 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석리 마을 주민들은 "우리 마을은 옛날부터 해안 비탈면에 집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어 마치 갯바위에 따개비가 붙어있는 것처럼 보여 따개비 마을로 불린다. 지명처럼 집들이 붙어있다 보니 이번 산불 피해도 커진 것 같다"고 했다.
화마가 휩쑬고 간 석리, 노물리에는 전체 가구 중 절반이 넘는 주민이 민박집과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해안마을뿐만 아니라 산간 지역 이재민들도 "사람 손으로 철거할 수 있다는 말은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현장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한번와서 보고 가시라"고 언성을 높였다.
choi1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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