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의 좋은 추억만 갖고 편히 쉬시길"…눈물의 '조문'
[무안 제주항공 참사] 대구 합동분향소 3시간 만에 600여명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가족여행의 좋은 추억만 안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대구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 내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차려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배수진 씨(43·여)는 9살 딸아이를 연신 바라보다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배 씨는 "우리도 올해 처음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유가족의 아픈 마음에 더 공감이 간다"며 "희생자들의 마지막 기억이 가족여행이었으니까 행복했던 그 기억 그대로 갖고 가시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사망자 179명이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구시 합동분향소가 31일 오후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차려졌다.
분향소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홍준표 대구시장 등 정·관계에서 보낸 근조 화환이 빼곡히 들어섰다.
분향소에는 정·관계 인사는 물론 가족·연인 등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용욱 씨(39)와 이소원 씨(31·여)는 "오늘부터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에 참여해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 찾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5살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남자아이는 아빠 품에 안겨 고사리손으로 국화를 쥐고 헌화하기도 했다. 아이의 엄마는 "너무나 참담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오후 3시쯤 대구시 간부 공무원들과 분향소를 찾은 홍준표 대구시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방명록을 작성하지도,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도 않고 "할 이야기는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다 했다"며 조문을 마친 뒤 자리를 떴다.
앞서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제주항공 참사를 언급하며 "국가적 재난도 겹치면서 갑진년 한해도 저물어 간다"며 "을사년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이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고 썼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운영에 들어간 분향소에는 약 3시간 만인 오후 4시 기준 시민 600여명이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분향소는 오는 1월4일 오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이 탑승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여객기는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제주항공 7C2216편이다.
여객기는 조류 충돌로 추정되는 고장으로 랜딩기어가 미작동하면서 활주로에 동체착륙했고, 속도가 줄지 않은 채 공항 외벽에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월4일 자정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운영 중이다.
무안국제공항 현장과 대구, 전남, 광주, 서울 등 17개 시·도에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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