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얼룩진 시간, 희망 밑거름돼야"…대구서 성탄절 미사·예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5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앞마당에서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 의식을 행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12.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5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앞마당에서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 의식을 행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12.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연말이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은 대구 시민들은 일제히 평안과 안녕을 기원했다.

성탄절인 25일 오전 대구지역 성당과 교회에서는 아기 예수 탄생을 축복하고 기리는 미사와 예배가 이어졌다.

한낮에는 기온이 최고 8도까지 오르는 포근한 날씨 덕에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등 도심과 놀이공원, 백화점, 극장가 등은 성탄절을 즐기려는 가족·연인 단위의 나들이객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성탄 전야인 24일부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탄핵 정국과 불황으로 힘겨운 연말을 보내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미사와 예배가 이어졌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대성당(계산성당)은 전날 '성탄 전야 미사'에 이어 이날 신자들을 대상으로 미사를 진행했다. 신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예수의 거룩한 탄생을 축하하고 지인들에게 위로와 덕담을 건넸다.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은 성탄 메시지를 통해 "지난 12월 3일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총을 든 군인들로 위협을 받는 시대착오적 사태까지 맞닥뜨리고 말았다"며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던 현대사의 아픔이 아직 우리 뇌리에 남아 있음에도 봉사의 정치가 폭력의 도구로 또 한 번 훼손된 오늘, 우리는 진지하게 주님이 이 세상에 오신 육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쟁과 계엄으로 얼룩진 지난 대립의 시간이 성탄의 밤에 울려 퍼지는 천사의 기쁜 소식으로 치유와 위로, 희망을 향한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관형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성탄 메시지에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위로와 평화가 필요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며 차갑고 캄캄한 밤길을 환히 비추는 밝은 별빛처럼 갈등과 대립, 치유와 상처 가득한 이 땅에 예수님의 사랑이 가득 넘쳐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어린이가 성탄트리에 소원지를 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12.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계산성당뿐 아니라 범어대성당, 동인성당, 경북 포항 죽도성당 등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크고 작은 성당과 교회에서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와 미사가 일제히 열렸다.

가족 등과 함께 성당과 교회를 찾은 시민들은 오랜만에 밝은 웃음을 보였다.

부인, 아들과 함께 성당을 찾은 천주교 신자 김 모씨(55)는 "아들 전역을 코앞에 두고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해 걱정이 많았는데 모처럼 가족이 다 함께 성당을 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새해에는 정국이 하루빨리 안정되고 국민이 모두 편안한 날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