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에 볏단 끌어안은 '박정희'…동대구역 광장 동상 제막식 '시끌'(종합)

홍준표 "박정희, 공에 대한 평가 잊으면 안돼"
민주당·시민단체 "내란 원조, 불법 동상 철거해야"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23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동상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의 야권과 시민단체 등이 설치를 강하게 반대해 온 박정희 전 대통령(박정희 동상)이 찬반 논란 속에 23일 일반에 공개됐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공개된 박정희 동상은 밀짚모자를 쓴 채 볏단을 양손에 든 박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형상화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동상 앞에 모여 "박정희 대통령 만세"를 연호한 반면 일반 시민들은 "박정희와 너무 닮지 않았다", "21세기 첨단시대에 볏단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시대와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에서 업무차 대구를 찾은 김영원 씨(40·여)는 "독재자의 동상을 공공적 성격을 띤 장소에 왜 세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제막식이 열리기 3시간 전부터 동대구역 일대는 동상 설치를 반대해온 야당·시민단체의 집회·기자회견과 보수 유튜버 등의 맞불 집회로 왁자지껄했다.

범야권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낮 12시 30분부터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설치 반대 대구 시민대회'를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의 12·3 내란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대권 야욕에 눈이 멀어 내란의 원조인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는 홍준표 시장의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옆에서는 보수 단체와 보수 성향 유튜버의 맞불 집회가 열렸지만,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당직자와 지방의원, 당원 등 50여 명도 동대구역 광장에서 '독재자 숭배 강요, 박정희 동상 불법 설치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인권 없는 독재국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타락시킨 박정희 동상은 시민에 의해 반드시 끌어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에도 보수 유튜버와 보수 성향의 일부 시민들이 민주당 측을 향해 "이재명부터 구속하라"라는 등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지만 경찰 등의 제지로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23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 현장에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몰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막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있으나 공에 대한 평가를 대구 시민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며 "동대구역 광장 소유권도 내년 초 국가철도공단과 정산이 끝나면 우리 쪽(대구시)으로 넘어온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8월 14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 행사와 표지석 제막식을 가졌다.

높이 5m, 폭 0.8m 규모의 표지석에는 한글로 '박정희 광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Park Jeong Hee'라는 영문 이름이 기재됐다.

pdnamsy@news1.kr